'도시의 물' 들녁으로…'청사모'급수차등 이용 농촌 물나르기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40분


農心 적신 물줄기
農心 적신 물줄기
“그래도 도시에는 물이 넘치잖아요. 열의만 있다면 이 물로 타 들어가는 들녘을 흠뻑 적실 수 있죠.”

충북 ‘청주와 청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청사모’. 이 단체 사무국장인 이욱(李煜·46)씨는 가구점을 운영하느라 평소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눈코 뜰 새 없다. 요즘 그는 매일같이 자신의 가구점이 아니라 청주와 청원의 들녘으로 출근한다. 가뭄으로 아직도 모를 심지 못한 논과 타 들어가는 밭이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

음식점을 경영하는 이 모임의 유호정(柳浩正·42)씨 등 다른 10여명의 회원들도 2일부터 생업을 잠시 접어두고 ‘농촌 물나르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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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가는 곳엔 물을 가득 실은 소방차 급수차 군용트럭 급유차 등 10여대의 차량이 그림자처럼 뒤따른다. 하루 5, 6차례씩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모두 5000∼6000t의 물을 농경지에 대고 있다.

사랑과 정성이 모이면 기적을 일궈낸다고 했던가. 회원도 몇 명 되지 않는 이 이름 없는 단체는 이렇게 해서 11일까지 열흘 동안 무려 30여㏊에 이르는 농경지의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주는 개가를 올렸다.

청사모가 이렇듯 많은 차량을 확보하기까지는 회원들의 애타는 호소가 한몫했다.

청사모 소식을 듣고 자진해서 동참 의사를 밝혀온 이도 적지 않았다. 충북석유 김윤배(金潤培) 대표는 이들의 활동에 감동받아 급유차 두 대를 보내왔다. 갓 뽑은 28t 급유차 한 대는 임시번호조차 떼지 않은 채였다. 사용 중인 다른 22t 급유차 한 대는 기름기를 빼기 위해 이틀 동안 청소를 한 뒤 청사모에 맡겨왔다. 논밭길 운행을 위해 베테랑 운전사 두 명도 딸려 보냈다.

차량을 확보하고 나자 이번에는 차에 물을 담는 게 문제였다. 하천의 물을 싣자니 별도의 장비를 갖춰야 했고 자칫 차량이 수렁에 빠질 우려도 있었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교원대와 충청대에서 교내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청원의 카스맥주도 지하수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이 국장은 앞으로는 급수차를 대기 어려운 천수답까지 샅샅이 누빌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로가 좁아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농경지도 많습니다. 한 농민이 모내기를 포기하고 콩이라도 심어야겠다고 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가뭄지역 예비군훈련 연기▼

육 해 공 전군이 가뭄 극복을 위한 대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육군은 전 역량을 가뭄 극복에 투입하라는 길형보(吉亨寶) 육군참모총장의 긴급 지시에 따라 11일부터 본격적인 대민지원 활동에 들어갔다. 또 가뭄지역의 경우 처음으로 예비군 훈련을 연기했다. 육군은 긴급 작전 및 훈련을 제외한 전 병력과 장비를 동원, 가뭄 극복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예하 각급 부대에 가뭄극복 대책반 및 재해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가뭄 극복에 병력 2만여명과 장비 4000여대를 투입해 온 육군은 11일부터는 장비 인원을 증가해 병력 11만여명과 시추기 급수차 소방차 양수기 급수트레일러 정수차 굴착기 등을 강원 경북 충청 전남 경기 등 전국 89개 가뭄지역에 긴급 투입했다.

해군은 5일부터 1함대사령부가 강원 동해시 북평도 일대의 단실마을 논 3만여평에 소방차 급수차 장병을 동원해 4만6000ℓ의 물을 지원한 데 이어 2함대사령부도 함정과 정수차 펌프 등 각종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연평도와 어청도 등 도서지역에 10여만ℓ의 물을 지원하는 등 부대별로 물 공급과 모내기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공군도 16전투비행단이 지난달 19일부터 경북 예천군에 급수차를 동원해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5전술공수비행단도 지난달 16일부터 경남 김해 화훼농가에 급수차로 농업용수를 지원하는 등 비행단별로 급수차와 굴착기 트레일러 등을 동원해 농업용수 지원을 하고 있다.

해병대도 1, 2사단이 인근 포항시와 김포시에 병력을 동원해 물 공급과 모내기 지원을 하고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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