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강간-추행도 친고죄" 대법 첫 판결

  • 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35분


특별법인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강간 강제추행죄도 형법의 강간 강제추행죄와 마찬가지로 친고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청소년 성보호법은 19세 미만을 상대로 한 강간 강제추행죄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인지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그동안 검찰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조차 해석이 엇갈렸다.

대법원 3부(주심 이규홍·李揆弘대법관)는 16세 소녀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공군 모부대 소속 이모 중사(26)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해자의 고소 취하를 이유로 공소기각 결정을 내린 원심을 15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상 강간 및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특별법인 청소년 성보호법이 이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두면서 친고죄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친고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친고죄 규정은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피해자의 뜻에 따라 공소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청소년을 보호하고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한 청소년 성보호법의 목적에 비춰 친고죄 적용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중사는 지난해 7월 부산 사상구 괘법동 D여인숙에서 술에 취해 누워있던 박모양(16)의 가슴 등을 만지며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려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박양은 기소 후 고소를 취하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였던 군사법원은 박양의 고소취하와 관계없이 이 중사에게 유죄판결을 내렸으나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친고죄를 이유로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한편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사생활 문제 등으로 고소를 하지 못하는 사안이 많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 여부에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친고죄 적용을 하지 않는 쪽으로 법을 해석해야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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