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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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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92년 이후 6차례의 법관 인사 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법관들의 세계에도 몇 가지 큰 특징이 발견됐다.
▽향판(鄕判)의 비중이 높다〓영남과 호남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지방 출신 ‘향토 판사’, 즉 향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3월 인사를 기준으로 볼 때 대구 경북 지역의 경우 전체 판사 131명 가운데 그 지역 출신 판사가 104명으로 79%나 됐다. 광주 전남도 전체 판사 96명 중 71명(74%)이 해당 지역 출신이었다.
그러나 ‘대구 경북에서 근무하는 광주 전남 출신 판사’와 ‘호남에서 근무하는 대구 경북출신 판사’는 각각 1명(0.8%)과 4명(4%)에 불과해 영호남 간의 인적 교류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경남지역도 고향에서 판사를 하는 경우가 60% 가까이 됐다.
반면 서울지역 판사 가운데 서울 출신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으며 충남 대전도 4명에 1명 꼴에 불과했다.
향판제도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법원은 판사의 균형 배치와 지역 재판 존중의 차원에서 지역 판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예컨대 부산지법 이모 부장판사의 경우 본인의 희망에 따라 부산지역 근무를 계속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처럼 평생 한 곳에서만 재판을 할 경우 학연과 지연 등에 따른 유착과 정실 재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출신 대학과 고교〓예상대로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01년 3월 전체 판사 1476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 판사는 1022명으로 69%를 차지했다. 서울대 출신 비율이 49%인 검찰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어 고려대가 168명(11%)으로 많았고 한양대와 연세대 성균관대가 각각 3%안팎을 차지했다. 이들 5개 대학이 전체의 90%를 차지해 법관의 특정 대학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대학으로는 이화여대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교 평준화에 따라 출신 고교에 따른 법관 편중 현상은 이전에 비해 훨씬 약화됐지만 경기고와 경북고 등 과거 명문고의 비중은 여전히 높았다. 검사 수에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경기고는 판사 수에서도 77명(5.2%)으로 1위를 고수했다. 경북고(69명) 전주고(40명) 서울고(38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여판사와 기타〓여성 판사의 급증도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여성 판사는 92년 42명에서 올해 두 배 이상인 102명으로 늘었다. 여판사의 출신 고교 중에서는 서울의 은광여고가 5명의 판사를 배출, 전통의 명문 경기여고와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또 해외 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판사는 189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134명(69%)이 미국을 택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대륙법계 법체계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미국 판례의 영향이 커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