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초등교 교장, 학부모에 금품요구 파문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28분


최근 수도권에서 뇌물을 받은 초등학교 교장 24명이 적발된 데 이어 서울 강남지역 K초등학교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수시로 돈을 요구했다는 진정이 접수돼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11일 서울시교육청과 강남교육청에 따르면 K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9일 ‘지난해 12월초 김모교장이 교사 세미나를 연다며 학부모에게 비용을 달라고 요구해 학부모가 교장 개인계좌로 100만원을 입금했으며 입금증이 있다’는 등 교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세미나 일정이 취소된 사실이 알려지고 학부모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말했으나 교장은 돌려주지 않고 교직원 식사비로 전용했다”면서 “교직원 단합을 위한 여행경비와 식사 대접을 요구하는 등 금품 요구가 지나치게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교장은 “진정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학부모가 연말에 개인계좌로 굳이 ‘교직원들과 회식이라도 하라’며 돈을 보내와 이를 돌려주려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문제를 잘 알면서도 교장을 비호하고 사태를 은폐 축소하려 했다”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김교장이 이전에 근무한 학교에서도 금품 요구 등으로 여러 차례 감사를 받았지만 교육청이 교사와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에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김교장이 비교육적 언사를 일삼고 학부모에게 금품까지 요구해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교사 등이 지난달 말 강남교육청에 이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알렸지만 교육청 관계자는 형식상 학교를 방문해 ‘내 선에서 알아서 하겠다’는 김교장의 말을 믿고 뚜렷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진상조사의 의지를 보이지 않자 9일 공식으로 진정서를 접수했으며 파문이 커지자 강남교육청은 뒤늦게 10일부터 감사에 들어갔고 서울시교육청은 11일부터 학교를 방문, 진상조사에 나섰다.

<김경달·차지완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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