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실업자 100만명]넉달만에 30만명이 늘어나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38분


실업자가 넉달 만에 무려 30만명이나 늘어났다.

정부는 고교 및 대학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2월이 대체로 실업자 수가 많은 달이라며 애꿎은 계절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실업자 100만 시대’가 고착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깊게 배어 있다.

▼정부 “계절탓” 의미 축소▼

▽‘계절 탓’으로 돌리는 정부〓재정경제부는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의미를 줄이는 데 급급했다. 겨울이라는 계절 요인이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업자는 지난해 10월 76만명에서 불과 넉달 만에 30만9000명이 더 늘었다. 계절 탓으로 돌리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전체 실업자의 29%가 최근 넉달 사이에 생겨났다. 1년 전인 99년 말∼2000년 초 상황만 봐도 계절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라는 것이 확연하다. 지난해 2월 전후 실업자 그래프 모양을 봐도 소폭 등락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 모양새가 너무 가파르다.

▽명예퇴직, 정리해고 급증〓일자리를 잃은 지 1년이 안 되는 실업자를 상대로 물어보니 27만9000명이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이 악화돼서 실업자가 됐다고 답했다. 1년 안에 일자리를 잃은 83만7000명 중 3분의 1이 이런 이유로 실업자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직장이 문을 닫거나 휴업해서 실업자가 된 사람이 5만3000명,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당해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도 5만5000명에 달했다.

반면 개인적인 이유나 건강 시간 보수에 불만을 가져 그만두는 경우는 줄었다. 실업의 질이 나빠지면서 구조적인 실업난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불황 그림자 짙어져▼

▽‘벤처 실업대책’, 효과 있을까〓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은 것은 경기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벤처와 정보기술(IT)인력’ 육성 위주로 올 실업예산을 3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이미 5%를 넘은 실업률을 얼마나 끌어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대기업 간부는 “기업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도록 인턴제도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리고 현장실습에 대해 보조해주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이영호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실업문제를 단순히 계절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실제 사람을 쓸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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