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비행코스 분쟁 타결…일산주민 항공대서 교육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42분


‘신도시 병아리들’의 첫 비행은 하늘만큼이나 맑고 아름다웠다. 땅에서 병아리들을 바라보며 손을 맞잡고 있던 어른들의 모습도 그에 못지 않았다.

28일 오후 1시30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항공대학교 활주로. 일산신도시 어린이 20명과 일산입주자대표회의 간부들, 그리고 항공대 비행교육원 교수들이 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에 오른 어린이들은 조종간, 고도계, 속도계, 기수방위계 등 수많은 계기판을 바라보며 마냥 즐거운 표정.

어린이들이 이같은 표정을 짓기까지는 지난해 여름 대표회의와 항공대의 팽팽한 갈등이 있었다.

갈등의 시작은 대표회의가 건설교통부와 고양시청 청와대 등에 항공대 연습기가 소음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므로 일산상공을 선회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면서부터.

항공대 비행교육원장 은희봉 교수(45)는 “대표회의 간부들이 직접 비행기를 타보고 안전도와 소음도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갈등이 심했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채수천 총회장(58)은 “학교측이 아파트 지역 운항을 줄이고 고도를 높여 소음을 줄였다”며 “덕분에 어린이 비행실습과정도 생겨나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러브호텔 등 일산신도시에서 발생한 민원은 대부분 집단시위, 소송으로 번진 것과 달리 대화를 통해 순조롭게 해결된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든 대표회의와 항공대 비행교육원은 지난해 10월 자매결연까지 맺어 어린이 비행교육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린이들은 이날 간단한 비행교육을 받은 뒤 2명씩 연습기에 올랐다. 먼저 ‘무니(Mooney20J)기’가 활주로를 날아올랐고 뒤이어 ‘세스나(Cessna172R)기’도 가뿐하게 이륙, 나란히 일산상공을 30여분간 선회비행했다.

행사에 참가한 김영민군(9·고양시 일산구 대화동)은 “어른들이 화해한 덕분에 하늘에서 일산을 바라보니까 정말 멋있었다”며 “꼭 훌륭한 비행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항공대와 대표회의는 앞으로 여름 및 겨울 방학기간중 일산신도시 어린이 중 특기우수학생, 소년소녀가장, 조종사 지망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선발해 실제 비행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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