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아버지' 10층 아파트 불나자 6살 딸안고 뛰어내려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44분


불이 난 10층 아파트에서 아버지가 여섯 살짜리 딸을 안고 뛰어내려 딸의 목숨은 구하고 자신은 숨졌다.

28일 0시44분경 부산 사상구 주례1동 현대무지개아파트 104동 1006호 조희권씨(46·낚시점운영) 집 서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조씨가 딸 현지양을 안고 30m 아래 화단으로 뛰어내렸다.

현지양은 조씨의 품에 안겨 있었던 탓에 경상을 입었으나 조씨는 현지양을 살리기 위해 등쪽으로 떨어지면서 가슴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1시간 만에 숨졌다.

당시 집에 같이 있던 부인 홍미숙씨(43)는 베란다 옆 가스배관을 타고 아래층으로 피신해 목숨을 건졌으며 아들 현석군(16)은 이날 집에 있지 않아 화를 면했다.

홍씨는 “잠을 자던 중 타는 냄새가 나서 서재 문을 열어보니 책꽂이에 불이 붙고 있어 소파에서 자고 있던 남편과 함께 방석과 이불로 불을 끄려했으나 실패했다”며 “현관문 쪽으로 불길이 크게 번져 119에 신고한 뒤 딸과 함께 베란다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또 홍씨는 “집안에서 계속 불을 끄던 남편이 포기하고 나온 뒤 불길이 베란다까지 미치자 ‘현지를 살려야 겠다’며 딸을 안고 먼저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담뱃불이나 누전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정밀화재 감식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불은 집안내부 42평과 가재도구 등을 모두 태워 경찰추산 20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30분만에 꺼졌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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