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금감원 왜 고발 주저했을까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52분




금융감독원은 리젠트증권 주가조작에 외국 유수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까지 가세한 혐의가 있다고 보면서도 왜 검찰에 고발조치를 하지 않고 통보하는 데 그쳤을까.

진승현씨가 이미 열린금고 불법대출에 여러 차례 관여했던 인물. 또 리젠트 금융그룹이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데도 금감원은 ‘규정에 따라’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 더욱이 제임스 멜론 회장에 대한 조치는 수사의뢰로 결정을 내리면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검찰고발은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비중도 검찰통보보다 무거운 중징계로 분류된다. 증선위 의결을 거치기 때문에 당연히 언론에도 보도된다.

이에 반해 검찰통보는 금감원 조직 내 외부 변호사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심사조정위원회에서 양정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된다. 고발은 명백히 잘못을 가려냈기 때문에 처벌해 달라는 것이고 통보는 검찰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으면 알아서 처리해 달라는 다소 징계수위가 낮은 개념으로 통상 해석된다.

금감원측은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을 검찰 통보한 것이 규정에 따라 원칙대로 했다고 밝혔다. 주가조작을 한 사람의 시세간여율이 50% 미만이거나 주가변동폭이 100% 미만이면 고발조치를 하지 않고 통보사항에 그친다는 것. 리젠트증권의 경우 주가가 1만4900원에서 3만3650원까지 급등해 배 이상 올랐지만 고씨와 진씨의 시세간여율이 50% 이상을 넘지 않아 통보사항이라는 설명이다.

또 멜론 회장의 경우 외국 금융기관 최고경영진이라는 지위 때문에 금감원 차원에서는 본인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조사할 길이 마땅찮아 검찰로 넘겼다는 것. 수사의뢰란 혐의내용은 짙은데도 감독원 차원에서 확인할 길이 없을 경우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전자 주가조작의 경우 주식매집에 투입된 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중대한 사안인 데 반해 리젠트증권은 자금동원이 150억원에 그치고 실제 매매차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도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씨가 이 사건에 연루돼 있어 열린금고와 얽힌 복합사안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외국금융기관 최고 경영진도 가세한 흔적이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금감원 작전조사 관련 징계수위 비교
구분고발검찰통보수사의뢰
내용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해 범인의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수사기관에 범죄 혐의 사실을 알리는 사실의 통지범죄혐의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제조사를 구하는 의사표시
법적효과형사소송법상 신속한 수사를 해야 할 의무가 주어지고 수사종결 처분때 고발인에 통지의무가 있음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에 지워지는 법적의무는 없음수사기관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수사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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