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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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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관계자들 중엔 “이씨가 청소만 하는 단순한 위생직원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씨가 최근까지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을 담당했던 점으로 미뤄 청소 외에도 경비나 간단한 문서수발 등을 하는 사실상의 집사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뿐만 아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12일 “청와대와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씨가 8급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6급인 게 확실하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씨가 가입한 계원모임 명단을 입수했다”며 “여기에는 이씨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장과 증권사 차장 등의 이름이 적혀있고, 이들은 모두 정씨와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의원의 한 측근도 “비서실장 공관의 위생직원은 팩스나 전화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2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위생직원을 선발할 때는 전화도 받을 줄 아는 사람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까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의 보좌진 얘기 역시 비슷하다. 이씨는 비서실장 공관 입구에 있는 반(半)지하 부속건물에서 근무하면서 저녁에는 공관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와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측은 “이씨가 총무수석비서실 소속의 다른 위생직원 10여명과 함께 순환근무를 했다”며 “이씨가 정부 부처의 보고서류를 받아 비서실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공보수석비서실의 한 관계자도 “이씨는 분명히 8급 직원이며, 비서실장 공관은 안과 밖의 근무체계가 구분되어 있어 공관 밖 청소를 담당하는 이씨는 문서에 손도 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씨와 관련된 계원 명단에 대해선 “이씨가 어떤 계에 참여했는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씨가 청소원 수준을 넘는 역할을 했다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이윤규씨 사기금액은 얼마▼
이윤규(36)전 청와대 청소담당 직원이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사장에게서 뜯어낸 돈은 청와대가 당초 파악한 8억여원 이 맞는가, 아니면 검찰이 이씨의 구속영장에서 밝힌 4억원 (3억9830만원)이 맞는가.
검찰은 우선 이씨가 평창정보통신 등 주식에 투자했다가 나중에 주식을 반환하고 돌려받은 돈은 청와대가 파악한 7억5000만원이 아닌 6억9000만원이 맞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당초 이씨의 갈취액수로 본 8억여원은 7억5000만원에다 유흥비와 술값 주택구입비 등 명목으로 받은 1억여원을 단순히 합친 것.
반면 검찰은 이씨가 6억9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이 돈을 고스란히 회수했다고 해도 이를 모두 갈취액수로 볼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주식은 모두 정사장에게 돌려줬기때문에 떨어진 주식 값 2억8000만원 만큼만 부당이득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씨가 챙긴 돈은 2억8000만원에다 유흥비 등으로 받은 1억1830만원을 합해 3억9830만원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