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주일 폐광 카지노]"대박 헛꿈… 깊어가는 도박症"

  • 입력 2000년 11월 6일 00시 07분


토요일인 4일 개장 일주일을 맞은 강원 정선군 내국인 출입 카지노.

20만원을 게임 한도액으로 정한 A씨는 500원 동전 3개를 한번에 사용하는 슬롯머신에서 3시간 만에 220만원을 잃었다. A씨는 “기계가 그냥 돈을 먹는 기분이었다. 1시간 만에 100만원을 잃자 그 뒤로는 본전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85만원을 잃은 B씨는 “40배를 3번이나 터뜨렸는데도 끝내 돈을 잃더라”며 “딱 3초 만에 1500원씩 없어지는데 돈을 기계에 그냥 들이붓는 느낌이 들었다”고 허무함을 감추지 않았다.

18만원을 잃은 C씨는 도박의 중독성에 혀를 내둘렀다. C씨는 “난생 처음 슬롯머신을 해 봤지만 일단 몰입하니 도저히 그만둘 수 없었다”며 “솔직히 아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더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2명도 50만원과 90만원씩을 잃었으며 C씨를 제외한 4명은 결국 본전 생각에 현금자동지급기에서 돈을 더 찾아 다시 슬롯머신 앞에 앉았다.

취재팀은 4일 이곳을 찾은 고객 5명의 협조를 얻어 도박하기 전 자신들이 쓸 돈의 한도를 정하게 하고 3시간 뒤 결과를 확인해본 결과 각자 이 같은 심정을 밝혔다. 3시간 뒤 돈을 딴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5명 모두 한도액을 초과했다.

“모두 눈이 돌아간 사람들뿐이다. 도박을 처음 하는 사람들조차 삽시간에 중독되는 것 같았다.” 5명이 한결같이 내뱉은 말이다.

서울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韓昌桓)박사는 “돈을 따려고 하기보다 단순히 즐기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카지노를 찾더라도 ‘누구나 도박에 중독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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