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대출]李부행장 감사중단 개입여부 조사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33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조사부(곽무근·郭茂根부장검사)는 6일 이 은행 검사실이 올해 1월 관악지점 대출에 대한 감사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정에 이 은행 이수길(李洙吉·55) 부행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이틀째 검사실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관악지점에 대한 본점의 감사가 다시 시작된 지난달 10일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申昌燮·48·구속)씨가 감사 중이던 한 검사실 직원에게 ‘윗사람들도 아는 사항이니 눈감아 달라’고 말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불법대출에 본점 고위직의 외압 또는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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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행장 의혹 수사〓검찰은 특히 같은날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가 이 부행장을 만나 감사 연기 요청을 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박씨는 검찰조사에서 “지난달 10일 신씨가 이부행장에게 감사연기 요청을 해달라고 부탁해 이부행장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결과 신씨는 이날 이부행장으로부터 ‘아크월드를 도와주라’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본점 검사실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필요하면 이부행장도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검찰의 입장은 이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외압 여부’에 대한 적극적 수사로 나타날지 주목되는 변화다.

검찰은 이부행장을 한차례 소환해 조사하긴 했지만 “별 것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만약 이부행장이 대출압력을 넣거나 감사중단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는 신씨의 방조범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법조인들은 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여론에 밀리거나 신씨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 부담을 느껴 이부행장 선까지는 수사를 진척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돌지만 검찰 수사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부행장 본인이 연루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는 데다 이를 뒤집을 만한 객관적 정황이나 증거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출금 사용처 수사〓검찰은 조사결과 아크월드가 불법 대출 받은 205억원 대부분이 무역어음 대출금 상환 등 금융비용에 쓰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신씨가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A엔터테인먼트사를 통해 미국으로 송금한 170만달러(약 19억원) 가운데 4억5000만원이 신씨가 직접 관리했던 아크월드 명의의 불법대출 계좌에서 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이 박씨로부터 불법대출 대가로 받은 리베이트인지, 아니면 제3의 인물에게 다른 용도로 쓰여질 것이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신씨와 박씨가 공모한 ‘대출 사기극’으로 잠정 결론짓고 8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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