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불법투기 300건 신고 900만원 포상금 챙겨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43분


김모씨(28·경남 사천시)는 최근 울산 남구청을 찾아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사람들을 신고하면서 비디오 테이프 2개를 내밀었다. 환경미화 담당직원 이덕우(李德雨)씨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테이프에는 지난달 5일부터 9일까지 닷새동안 울산 남구 삼산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택시승강장에서 택시운전사 등이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는 장면 300건이 차량번호, 회사이름과 함께 담겨 있었다.

울산 남구청은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95년 1월부터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제정된 조례에 따라 김씨에게 건당 3만원씩 모두 9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포상금이 인상(담배꽁초는 종전 3만원에서 5만원으로)된 지난달 9일 이전 것들이어서 그나마 적은 액수다.

김씨가 신고한 건수는 남구청에 연간 접수되는 150∼200건보다 훨씬 많다. 올해 편성된 포상금 예산 660만원으로는 모자라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할 형편.

남구청은 김씨가 우연히 촬영한 것이 아니고 한 지점에 ‘잠복근무’하면서 촬영한 점을 들어 포상금을 타내기 위한 수법으로 보고 환경부에 포상금 지급여부를 질의했다. 환경부는 “환경보호 취지에서 포상금 조례가 제정된데다 지난해 대구에서 800건을 신고한 사람에게도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답변해와 남구청은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남구청은 사실확인작업을 거쳐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이런 사례가 ‘신종 직업’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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