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찾아가는 은행권]'시장의 힘'에 속속 복귀

  • 입력 2000년 7월 11일 19시 12분


우려했던 금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11일 기업 외환 제주은행이 차례로 파업철회를 선언하고 평화 국민 광주은행 등이 사실상 업무에 전면 복귀하면서 은행권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갔다.

은행 직원들이 파업에 불참하기로 방향선회한 것은 바로 시장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자금이탈로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이같은 파업대열 이탈을 가져온 것이다. 일부 은행에선 노조위원장이 독자적으로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복귀를 지시하기도 했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노조의 움직임은 이번 파업사태가 보여준 가장 뚜렷한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업참여율이 높은 한빛 서울 조흥은행의 각 지점에는 일손 부족으로 줄지어 기다리는 고객을 맞느라 가쁜 숨을 내쉬어야 했다.

○…오전 11시. 금융중심지인 서울 중구 명동의 한빛 서울은행 지점은 의외로 한산했다. 두 은행은 조합원 37명, 17명이 각각 단 1명도 출근하지 않아 시간제 근무자 등 3∼7명만 고객을 맞고 있었다. 한빛은행의 한 직원은 “파업혼란을 우려한 때문인지 고객이 평소의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두 은행의 기업여신, 외환업무를 맡고 있는 지점 2층은 직원 1, 2명만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한 지점에서는 오전 내내 전자 환율시세표가 고장나 달러당 9999.99원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일손 부족으로 고칠 엄두를 못내다가 오후 들어 수리됐다.

그러나 30m 떨어진 주택은행은 사정이 전혀 달랐다. 직원 1만1000명 대부분이 정상출근했다는 은행발표대로 명동지점에는 직원 30명 전원이 출근해 평소보다 다소 늘어난 고객을 맞고 있었다.

○…‘파업은행은 오전 한산 오후 혼잡, 불참은행은 분주’ 현상은 지방에서도 이어졌다. 광주은행은 광주 전남지역 133개 점포에서 비조합원을 포함한 총 1388명 가운데 90%가 넘는 1290명이 출근해 정상 영업. 노조원 상당수가 파업동참을 위해 10일 오후 서울로 올라온 조흥 외환 한빛은행의 각 지점에서는 파업 이전 자금이체를 해둔 고객들과 일반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 고객이 평소보다 20% 정도 늘어나면서 다소 붐비는 모습이었다.

○…제주은행도 이날 오전 11시반경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파업 철회를 선언. 노사양측은 ‘제주도민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노조간부 19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 334명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서울 연세대 집회에 참석했던 노조원 53명도 이날 오후 항공편으로 귀향했다.

○…청주지역의 회사원 조무주씨(39)는 “약간의 돈이 급하게 필요해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다 담당직원이 복귀해야만 대출업무가 가능하다고 해 되돌아왔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울산지역의 20개 시중은행 106개 지점(출장소·노조원 1071명) 가운데 조흥 한빛 외환 경남 부산은행 등 10개 은행 67개 지점(출장소) 603명의 노조원이 휴가원을 내고 파업에 돌입. 그러나 은행들은 파업불참 노조원과 비노조원 전직 행원을 동원해 오전 9시30분 일제히 점포문을 열어 정상영업이 이루어졌다.

○…부산은행 해운대지점에서는 직원 18명 중 10명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근무해 창구업무 등 모든 영업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나 평소보다 30% 정도 많은 고객들이 붐벼 북새통. 또 이 은행 광남지점은 직원 26명 중 8명이 파업에 동참한데다 대출담당자마저 금융노조 상경투쟁에 참가하면서 대출업무가 전면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그러나 부산은행은 전체 직원의 80% 정도가 정상출근, 외환 당좌 대출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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