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黨政, 내달 분업 시행 골머리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큰일났다. 매일 회의는 하고 있는데…. 원안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청와대 핵심관계자)

“언론이 도와줘야 한다. 이제 와서 물러서면 더 큰 혼란이 온다.”(민주당 정책위 관계자)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의약분업 시행을 놓고 민주당과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정부과천청사 앞 집회에 이어 의사와 의대생 3만여명이 20일부터 “집단폐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연일 관계부처 회의를 갖고 의사들의 집단폐업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 중이고,민주당도 설득 묘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나 민주당의 기류는 일단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데 맞춰지고 있다.

당정은 지난해 3월 의사와 약사 대표들이 “3개월 안에 합의를 할 테니 시행을 1년만 연기해달라”고 요구해 이를 허용했고, 지난해 5월 시민단체와 의사 약사 대표들이 ‘의약분업 시행합의안’에 서명한 만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것.

당정은 특히 “시행준비가 안됐다”며 보완책을 요구하는 의사들에게 “의사들이 다빈도 의약품 리스트조차 약국에 넘겨주지 않으면서 무슨…”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의사들에게 유리한 요구조건을 수용할 경우 가까스로 무마해온 약사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따라서 정부 내에서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주동자들을 전원 사법 처리하는 등 강력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도 상황은 마찬가지.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예정대로 시행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당의 한 정책관계자는 “의사의 처방료와 약사의 조제료 인상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 “끝까지 의사들을 설득하도록 정부에 촉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책통인 이한구(李漢久)의원은 “한나라당은 지난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시행시기를 2년 미루자고 요구했으나 정부 여당에서 1년으로 줄였다”면서 “막상 시행하려고 보니까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준비도 안 돼 있어 졸속 시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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