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개표 스케치]긴장…환호…탄식…

  • 입력 2000년 4월 14일 04시 38분


○…386세대의 대표주자와 4선 관록의 현역의원이 맞붙은 서울 성동 선거구에서는 선거운동 시작 전 20% 가까이 뒤져 있던 민주당 임종석(任鍾晳)후보가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후보를 누르고 당선권에 들자 흥분과 낙담이 교차.

임후보측은 6시경 KBS 출구여론조사에서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보도에 환호성을 터뜨리면서도 표정관리에 힘써오다 밤 9시반경 개표결과가 2000표차 이상으로 벌어지자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당선을 자신.

반면 출구조사 결과를 본 이후보가 바로 자리를 비우는 등 이후보측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낙루.

○…서울 종로구의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후보측 개표참관인들은 시간이 갈수록 정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앞서나가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는 모습.

68% 개표가 진행된 오후 10시반경 정후보가 1만7000여표로 이종찬(李鍾贊)후보를 4000여표 차로 따돌리자 정후보측은 “대세는 결정됐다”며 자신감에 가득찬 표정.

반면 민주당 이후보측 관계자들은 “개표상황을 더 지켜보자”면서도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양천갑 지역구의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후보는 자당의 전통적 열세지역인 목2동에서조차 600여표 앞서는 등 밤 10시반 현재 민주당 박범진(朴範珍)후보를 3000여표 앞서가자 일찌감치 ‘완승’을 자축하는 분위기.

그러나 원후보는 “원희룡”을 연호하며 “아버님(67)께 감사의 큰절을 올리라”는 당원들의 성화에도 “당선이 확정되면 올리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편 박후보는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뒤진 뒤 첫 투표함의 개표에서 원후보를 1681표 대 1186표로 앞서자 잠시 환호했으나 그 뒤 개표과정 내내 원후보에 끌려가며 고전.

한나라당 원후보는 밤 11시경 승리를 확신한 듯 양천구 목6동 양정고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장을 찾아 개표요원들과 참관인들에게 일일이 인사.

원후보는 “후보자는 개표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선관위측의 경고방송을 듣고 개표장 밖으로 서둘러 나가며 기자들에게 “정치에는 신인이어서 잘 몰랐다”며 여유 있는 표정.

○…지난 15대총선에 이어 두번째 회전에 나선 서울 광진갑의 한나라당 김영춘(金永春)후보와 민주당 김상우(金翔宇)후보는 출구여론조사결과 김영춘후보가 당선권에 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양쪽 모두 밤늦은 시간까지 개표결과를 지켜보며 팽팽하게 긴장.

김영춘후보측은 “지난 선거에서도 자체 전화조사결과 우리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막판에 뒤집어졌다”며 일말의 우려를 감추지 못했고 김상우후보측은 “우리는 늘 뒷심을 발휘해 왔다”며 막판 역전에 대한 기대를 버리려 하지 않았으나 흐름을 그대로 수용.

○…5선 관록의 한나라당 김영구(金榮龜)후보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386’ 허인회(許仁會)후보가 맞붙은 서울 동대문을 지역 개표소가 마련된 청량고교 실내체육관은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아 밤새 팽팽하게 긴장.

TV 출구조사결과 허후보진영이 근소한 승리를 점쳤으나 개표 초반 반대의 흐름이 나타나자 김후보진영은 “그러면 그렇지”라며 즐거워하는 등 들뜬 분위기.

그러나 밤 10시40분경 허후보가 처음으로 300여표 앞서자 허후보 진영에서 “이겼다”며 환호성을 질러 분위기는 금세 반전. 허후보진영은 서로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자축하면서 “TV출구조사결과 우리가 이긴다고 했지만 내심 불안했는데 이젠 축하할 일만 남았다”며 싱글벙글.

○…‘386 대표주자’와 중견정치인의 대표적 접전지인 서울 구로갑 지역은 개표과정 내내 손에 땀을 쥐는 ‘박빙’의 줄다리기 끝에 자정을 넘어서며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후보가 민주당 이인영(李仁榮)후보를 제치고 당선이 확실시.

TV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마음졸이던 김후보측은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와 박수를 터뜨리며 ‘386’바람을 잠재운 당선의 영광을 자축하는 한편 지구당 사무실에는 100여명의 축하인사가 몰리면서 북새통.

반면 이후보측은 ‘석패’에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후보측은 “조직열세와 낮은 인지도 등 정치신인의 한계를 절감했다”면서도 “상대후보의 흑색선전과 금품살포도 주요 패인의 하나”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표정.

○…선거운동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경기 광명의 민주당 조세형(趙世衡)후보와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후보 진영은 투표가 끝난 뒤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투표가 끝난 직후 발표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소식을 접한 조 후보는 차분한 모습으로 “아직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 손후보 진영도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며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세.

다른 선거구보다 다소 늦은 오후 7시반부터 개표가 시작된 광명선거구는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양측간 우열을 가리기 힘든 개표 상황을 연출.

○…무소속 돌풍이 불면서 호남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던 전남 화순-보성에서는 개표 초반부터 무소속 박주선(朴柱宣)후보가 민주당 한영애(韓英愛)후보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양측의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

화순군 화순읍 선거운동사무실에서 TV를 통해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박후보측 운동원 및 자원봉사자 100여명은 밤 9시를 넘으면서 한후보를 4000여표 이상 앞서 나가는 것으로 집계결과가 발표되자 박후보의 목에 화환을 걸어주면서 “박주선 만세”를 연호해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

반면 한후보측은 출구조사에 이어 실제 개표결과에서도 박후보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오후 8시경 한후보가 선거사무실을 떠나 모처로 자리를 옮긴 뒤 당원과 운동원들도 “완패를 인정한다”며 하나둘씩 빠져나가 10여명의 지지자만이 사무실을 지키는 등 썰렁한 분위기.

○…10명의 후보가 출마한 충남 연기-공주선거구 민주당 임재길(林栽吉)후보는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는 낙선한 것으로 나왔으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선거사무실에서 운동원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만끽.

임후보는 이날 개표장인 연기군민체육관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전해오는 개표결과를 전해듣고 “14대 출마 직후 ‘연기군수 관권선거 폭로’에 연루돼 구속된 적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며 간략하게 소감을 피력.

그는 자신의 출신지역인 연기군 유권자가 경쟁후보 출신 지역인 공주보다 절반인 점을 언급하며 “연기군민의 몰표가 당선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

○…전남 여수시 선거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순범(愼順範)후보가 개표장에서 선거무효를 주장하며 소란을 피우다 선관위 직원에 의해 강제 퇴장당하는 해프닝.

신후보는 이날 오후 8시경 개표가 진행중인 여수 흥국체육관에 들러 “총선시민연대가 12일 나를 낙선대상자로 기재한 유인물을 돌려 표가 적게 나왔다”며 “이번 선거는 무효이므로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

이에 시선관위는 신후보에게 소란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신후보가 계속 소란을 피우자 결국 퇴장명령을 내리고 경비경찰을 시켜 강제퇴장.

○…광주 남구선관위가 13일 오후 개표종사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개표소를 방문한 고재유(高在維)광주시장의 출입을 제지하자 시간부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등 소동.

이날 오후 9시경 광주 남구 선거구 개표소인 방림초등학교 체육관을 방문한 고시장과 시간부들은 개표종사원을 격려하던 중 선관위 관계자가 구내방송을 통해 “선거법상 자치단체장은 개표소를 방문할 수 없다”며 나가도록 요구하자 “시장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며 맞고함을 치다 5분여만에 개표소를 빠져나가는 촌극을 연출.

○…부산 해운대구청에 마련된 해운대-기장갑 개표장에서는 한나라당 손태인(孫泰仁)후보와 접전이 예상되던 민주당 김운환(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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