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여대생도 호스트바 출입 "외로워서… 호기심 때문에"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2분


남자 접대부가 술시중을 드는 호스트바의 고객층이 여대생과 주부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23일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들이 급습한 반포동의 T호스트바.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놀란 여자손님들 중에는 대학 교재를 들고 있는 여대생 3명이 발견됐다. 고교동창 사이인 이들 중 한명은 경찰이 무슨 법적 권한으로 자신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느냐고 따지며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관계자가 “이 호스트바에서 히로뽕이 거래되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수색중”이라고 밝히자 마지못해 학생증을 내밀었다. K대 4학년 이모씨(25)로 밝혀진 그의 가방에서는 외무고시 시험준비용 책자들이 쏟아졌다. 이씨는 “외무고시 2차시험을 준비하다가 호기심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풀겸 고교 동창생들과 함께 찾았다”며 “난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16명의 여자손님 중에는 가정주부도 있었다. 옷가게를 하는 친구들과 함께 남자접대부의 시중을 받던 이모씨(33)는 “남편이 자주 집을 비워 외로움을 달래려 친구들을 따라 나섰다”고 밝혔다.

이 호스트바의 국산 양주값은 병당 16만원으로 안주값까지 포함하면 30만원 정도. 하지만 팁은 남자접대부의 서비스정도에 따라 10만∼30만원까지 높다. 2차 외박을 나갈 경우 보통 50만원, 운이 좋으면 100만원까지 받는다.

이 때문에 뜻밖의 얼굴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날 적발된 19명의 호스트 중에는 98년 ‘젊은 남자’라는 곡으로 인기를 끈 4인조 댄스그룹 GQ의 멤버중 한명인 J씨(24)도 포함돼 있어 경찰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경찰관계자는 “예전에는 호스트바의 주고객이 술집여성들이나 나이 지긋한 유한마담들이었던데 비해 이제는 주부와 여대생으로 고객층이 광역화하고 있다”며 “들고 다니는 법전까지 들이대며 단속근거를 따지는 여대생 앞에서 세태 변화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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