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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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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강원 고성군 진부령 알프스스키장. 난생 처음 스키장을 구경한 신촌중학교(구 춘천소년원) 2학년 김모군(15)은 스키강사로부터 스키타기보다 더 값진 인생의 교훈을 배웠다.
“첫 날은 다리도 아프고 힘이 많이 들었지만 다음날 스키를 타고 눈비탈을 내려올 때는 정말 신이 났어요. 나도 스키를 잘 탈 수 있어요!”
이틀 동안의 ‘스키캠프’에서 김군이 얻은 것은 ‘나도 뭔가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땀을 흘리면 된다’는 소중한 교훈도 얻었다.
소년원생들의 스키캠프는 법무부 보호국(국장 박종렬·朴淙烈검사장)이 원생들에게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했다.
1차로 김군과 함께 공부하는 신촌중의 모범 원생 35명이 참가했고 1월 31일과 2월 1일에는 서울보호관찰소의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 40명이 초대된다.
박국장은 “원생들을 자신감과 능력을 가진 미래의 ‘신지식인’으로 만드는 것에 교육의 역점을 두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도 알프스리조트(사장 박동석·朴東錫)측이 숙식과 시설을 무료로 제공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다채롭게 꾸며졌다. 스키교육이 끝난 첫날 밤 캠프 파이어 시간. 원생들과 교사 10여명은 타오르는 모닥불을 둘러싸고 흥겹게 노래와 게임을 하며 한 덩어리가 됐다.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지나온 생활을 돌이켜 생각하는 ‘촛불의식’을 하는 동안 일부 원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함께 눈물을 흘리던 이성종(李性鍾)교장은 “학생 대부분이 결손가정에서 자라나 강도나 절도죄를 지은 경우”라며 “가정의 화목이 청소년 비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군은 “집이 싫어서 가출을 했지만 촛불 속에 가장 먼저 그려진 것은 엄마의 얼굴”이라며 “소년원을 나가면 효도하는 아들이 되겠다”고 속삭이듯 다짐했다.
<고성=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