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선거법 분노 확산]"정치권과 전면전 불사"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여야의 ‘선거법 개악’으로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국의 시민단체와 학계 법조계 등 각종 단체들은 여야가 비판여론을 의식해 17일 오후 선거법 재협상에 들어간 이후에도 “더이상 정치권을 신뢰할 수 없다”며 “앞으로 개악법을 전면 개정하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낙선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총선시민연대▼

이날 오후 최열 공동대표(환경연합사무총장) 등 소속회원 40여명은 여야 각 당사를 방문해 선거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와 함께 선거법 87조 개폐를 포함한 선거법 재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총선연대는 또 이날 오후 공동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게리맨더링식 선거구획정 등 ‘개악안’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각종 토론회와 여론조사, 서명운동, 캠페인 등을 통해 선거법개정안에 대한 비판여론을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선거법 87조가 개폐되지 않을 경우 당초 밝힌 낙선운동을 더욱 광범위하고 강력히 추진해 ‘정치권과의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분위기다.

한편 총선연대 김기식(金起式) 부대변인은 여야의 선거법 재협상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것은 좋지만 언제는 여론수렴 기회가 없어서 정치개혁을 못했느냐”고 반문하고 “그동안 밥먹듯 식언해 온 정치권에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실련▼

‘합법운동’을 강조해온 경실련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 경실련 간부들 일부가 “정치권이 이러면 우리도 낙선운동을 감행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강경한 입장을 제시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경실련도 낙선운동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경실련은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선거법 87조의 개폐 등을 포함, 선거법 재개정을 지시한 데 이어 여야가 재협상에 돌입한데 대해 환영의사를 밝히면서도 “재협상을 통해서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운동방식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석연(李石淵)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총선시민연대와 사안별로 연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생각”이라며 총선특위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토록 해 시민운동의 공조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경실련은 또 18일 오전 ‘유권자 심판을 위한 제2차 후보자 정보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들의 출결상황 분석자료를 발표하는 등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노동계 및 민주노동당▼

가칭 민주노동당 창당준비위원회(공동대표 권영길·權永吉)소속 회원 30여명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갖고 “여야는 밀실야합의 산물인 나눠먹기식 선거법을 백지화하고 전면적인 정치개혁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창준위는 이날 집회에서 “여야는 협상안을 완전 백지화하고 양대노총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정치관계법 마련을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해 여론을 수렴한 뒤 전면적인 정치개혁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반노동자 후보 낙선운동을 위해 100만 조합원의 선거인명부를 2월말까지 작성해 선거에서 표로 연결시키는 조직적인 운동을 펼칠 방침이어서 정치권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학계 및 법조계▼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4개 교수단체도 이날 정치권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지난해 8월 교육관계법 개악 때 이에 관여했던 의원들을 ‘교육 6적’으로 규정하고 일찌감치 낙선운동을 공언해 온 이들 단체의 대표들은 이날 오전 “국민적 여망을 무시하고 정치를 한심한 수준으로 전락시킨 정치권은 대국민사과를 하라”고 촉구하며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의 선거대응운동을 전면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협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선거법 87조는 민주정치의 토대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민단체 등이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선거과정에 국민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침해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했다.

<선대인·이완배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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