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농구단 스케치]이명훈에 플래시 세례

  • 입력 1999년 12월 22일 22시 43분


22일 서울에 온 북한 방문단 62명은 김포공항 도착 직후에는 다소 얼떨떨한 모습이었으나 환영식과 경기장방문, 만찬 등 시간이 가면서 대부분이 밝은 표정으로 방한 첫날 일정을 보냈다.

○…이날 오후 3시12분 중국민항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북한 방문단이 공항 출구를 빠져나오면서 환영 분위기는 고조. 북한 남자선수들은 회색 반코트에 검은 털모자, 여자는 진한 남색 긴코트에 밤색 털모자를 통일해 착용.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 이명훈은 방한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제 막 도착했는데 무슨 소감이 있겠습네까”라고 말했지만 도착 직후보다는 긴장이 풀린 듯 밝은 표정.

○…공항 환영행사에서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은 “통일농구대회가 9월 평양에 이어 서울에서 다시 열리게 된 것은 남북체육교류의 새로운 시작이자 남북신뢰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세계적인 이명훈선수가 남한에서 그 실력을 보일 수 있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환영. 송부위원장은 답사를 통해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남녘동포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농구시합은 승패를 가리는 대결의 장이 아니라 하나의 동포임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서로 화합하고 민족공동의 요구대로 통일의 성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외국 원수급 경호▼

○…이날 공항에는 공항경찰대 등 경찰 4개 중대 500여명을 청사 안팎에 배치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 20여명의 사복경찰은 북한 방문단이 비행기에서 내려 청사 1층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순간까지 밀착경호했다. 한 경찰관계자는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이처럼 긴장하고 많은 경찰이 투입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웬만한 외국원수급 경호”라며 한마디.

○…북한 선수단은 공항을 떠나 오후 5시경 통일농구가 열릴 잠실실내체육관에 도착.

이명훈은 코트에 들어서자마자 가볍게 발을 굴러보기도 했는데 카메라플래시가 계속 터지자 부담스러운듯 카메라를 피하며 “뭘 자꾸 찍습네까”라며 다소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라커룸을 둘러보라”는 안내원의 권유에도 “피곤한데 쉬자”고 말하며 코트밖으로 철수.

○…코트를 둘러보던 선수들이 대부분 무뚝뚝한 모습이었던 것에 비해 평양교예단 간부들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벼운 웃음을 짓는 등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 교예단의 음향담당자라는 심용화씨(53)는 현대측이 음향기계를 보여주자 “기계 상태가 좋다”며 만족. 또 북한농구팀의 한 관계자는 “체육관이 너무 춥다”고 말한 뒤 “경기할 때는 온도조절이 가능하다”는 현대측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오후 6시10분경 숙소인 쉐라톤워커힐호텔로 들어선 북한 선수들은 수속 절차 없이 각자 배정된 방으로 직행. 선수들이 묵는 8, 9층 객실은 일반 투숙객이나 취재진이 접근할 수 없도록 엘리베이터는 물론 비상구까지 경호원들이 통제.

▼축구대회 정례화 합의▼

○…송호경 부위원장 등 아태평화위 관계자 8명은 오후 4시50분경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에 들러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과 환담했다. 이 자리에는 정몽구(鄭夢九) 정몽헌 회장과 정몽준(鄭夢準)의원 박세용(朴世勇)구조조정본부장 김윤규(金潤圭)현대아산사장 등이 배석. 이날 면담에서 양측은 남북농구경기뿐만 아니라 남북축구대회도 정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서해안공단사업과 관련, 이미 답사한 신의주에 이어 해주와 남포 등지도 타당성조사를 벌인 뒤 최종 부지선정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교환.

〈장환수·이병기·김홍중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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