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파문]說… 說… 說 …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1분


▼의문 1: 제보자는 누구일까?▼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언론대책문건’을 전달한 제보자는 누구일까.

열쇠를 쥐고 있는 정의원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며 앞으로도 입을 열지 않을 태세다. 정의원이 문서를 공개하기 전날인 24일 그와 만나 대언론대책을 상의했던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28일 “내가 아무리 물어도 (정의원은) 제보자만은 밝히지 않았다. 정의원은 ‘내가 힌트만 주어도 알 만한 사람이다. 정보를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모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의원의 계속되는 함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제보자의 범주는 두 갈래로 압축된다.

우선 여권 주장대로 중앙일보 간부일 경우. 정의원은 25일 밤 “제보자는 언론사 간부”라고 말했다고 한 언론은 보도했다. 여권 관계자도 28일 “중앙일보 간부임을 확인했으나 공개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여권이 도청 감청을 통해 제보자를 파악했으나 이 ‘약점’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정의원 주장대로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와 가까운 측근’이라면 이부총재의 국가정보원장 시절 직간접으로 이원장을 보좌한 사람들이 선상에 떠오른다. 즉 정의원이 안기부 근무 시절 연을 맺었던 부하직원 중 이부총재 밑에서도 일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의원은 27일 “제보자는 이부총재로부터 이 문건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은 사람”이라고 당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제보자는 중앙일보 쪽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의문 2:문일현기자 혼자 했을까?▼

‘언론대책문건’이 과연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의 단독작품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28일에도 치열하게 계속됐다.

중앙일보측은 27일 공개한 문기자와 한남규(韓南圭)편집국장의 통화록대로 ‘문기자의 개인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문기자가 최초 작성자일지는 모르겠지만 총지휘 책임자는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와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 이와 관련된 어떤 증거도 내놓은 것이 없다.

반면 국민회의 등 여권은 28일 문기자의 ‘배후’에 중앙일보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기자가 26일 이종찬부총재측과 통화하면서 “중앙일보 편집국 간부의 지시를 받고 문건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고 이 대목과 관련한 ‘녹취록’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것.

나아가 문건은 언론계의 동향이나 속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이나 알 수 있을 법한 내용은 물론 언론사 관련 법규까지 거론하고 있다. 문건은 “사기업의 성격이 강한 언론기관에 대한 법규상 혜택을 선별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일부 언론사들의 부도가 앞당겨질 수 있으나 이들 신문은 현재와 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 도산은 시간문제”라고 적시했다.

문건은 또 “언론사 모두 공통적으로 부가세 탈세(광고단가 산정시는 유가부수를 대폭 늘려 고액의 광고비를 받는 대신 세금계산시는 유가부수를 낮춰 잡는 수법), 은행의 특혜금융, 사주의 공금유용 등 법규위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적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의문 3:정형근의원 '작성자' 알았나?▼

‘언론대책문건’을 공개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문건 작성자가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임을 알고 있었을까.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28일 정의원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문건은 모두 10장인데 그 중 3장은 문기자가 이종찬부총재에게 보낸 사신인 만큼 거기는 발신인과 수신인이 적혀 있었음이 분명하다”면서 따라서 “정의원은 처음부터 문건 작성자와 수신자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정의원 발언 첫날부터 이부총재를 문건 작성의 배후라고 지목한 것도 사신에 표기된 수신인의 이름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원은 18일 모 일간지 기자에게 “문건이 A4용지 10장 분량’이라고 했으나 25일 문건을 공개할 때는 ‘성공적 개혁추진을 위한 외부환경 정비방안’이라는 제목의 7장으로 된 문건을 들고 나왔었다.

정의원은 이같은 의문제기에 대해 “내가 (공직생활을 하면서) 수십년 동안 작성한 문건들은 모두 한 페이지가 가로로 17줄이었는데 이 문건만은 22줄이었다”고 설명하고 “따라서 7장을 받았지만 실제는 10장 분량이라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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