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보광' 엄정수사 지시 의미]

  • 입력 1999년 10월 1일 19시 1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일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사장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 엄정하고 공정한 처리를 지시한 것은 무엇보다 이를 둘러싼 오해와 잡음의 소지를 차단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취임 이후 검찰 중립을 강조하면서 검찰수사에 대해 어떤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누차 밝혀왔다. 실제로도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 구속 때 다소의 논란은 있었으나 김대통령은 어떤 입장도 직접 밝히지 않았다.

이번 홍사장에 대한 수사에서도 그동안 청와대는 일체의 언급을 회피한 채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검찰에 지시를 내리고 이를 공표한 것은 이번 사건을 ‘언론탄압’과 연관지으려는 일부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이 홍사장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구속 등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려는 시점에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점에서도 김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사실 홍사장이 검찰에 소환되기 이전부터 보광그룹과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이번 수사에 중앙일보를 겨냥, 언론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특히 홍사장이 검찰에 소환된 이후에는 중앙일보가 정면으로 대응했고 세계신문협회도 29일 김대통령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이 ‘언론탄압’이라는 민감한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김대통령은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즉, 검찰에 대한 간섭이라는 지적이 빚게 될 ‘실(失)’보다는 ‘언론탄압’이라는 오해가 초래할 정치적 부담이 더 크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얘기다.

물론 김대통령의 언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시시비비를 가리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개인비리에 대한 수사”라고 적시한 대목 등 문맥을 자세히 살펴보면 검찰에 ‘원칙에 따른 처리’, 즉 구속을 강력하게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김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는 그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입증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정치권에서의 여야 간 공방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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