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4형제 주가조작]구조조정 내세우며 私利 챙겨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25분


금호그룹 오너 4형제가 미공개정보 이용 및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됨으로써 재벌총수들의 ‘도덕 불감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재계순위 9위인 금호그룹 오너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감축 등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도 뒤로는 탈법행위로 사리사욕을 먼저 챙겼다는 점에서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위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수법은 고전적〓박성용(朴晟容)금호그룹명예회장 등이 차익을 챙긴 수법은 ‘미공개정보(합병) 인지→주식 매집→시세조종→주식 매도’로 이어지는 극히 전형적인 경로를 밟았다.

금호타이어는 금호건설 흡수합병의 목적을 ‘IMF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시 공시에서 밝혔다.

그러나 숨겨진 진짜 의도는 건설에서 개발한 매연저감장치를 타이어에서 상품화, 두 기업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자는 데 있었다는 게 중론. 합병이 금호타이어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리라는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박씨 4형제 경영인은 대신증권 대유리젠트증권 산업증권 굿모닝증권등을통해5만5000주씩 총 22만주의 금호타이어 주식을 분산매입한 이후 순서는 주가조작. 막내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시세조종의 총대를 멨다.

박찬구사장은 작년 10월24일부터 11월9일까지 자기회사로 하여금 금호타이어 주식 78만여주를 사들이도록 지시하고 49차례나 시세보다 높은 값에 주문을 내 주가를 2780원에서 4700원까지 끌어올렸다.

11월10일 합병공시가 나간 뒤 주가가 폭등하자 4형제는 작년 12월29일 보유주식을 주당 7000원씩 금호석유화학에 팔아넘겼다.

▽4형제 오너 검찰고발은 처음〓올들어 현대전자 주가조작, 금강개발 정몽근(鄭夢根)회장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거래, 신동방그룹 신명수(申明秀)회장의 주식 불공정거래 등 재벌 총수들의 파렴치한 ‘주가장난’행위가 잇달았다.

그러나 금호그룹 박명예회장 등 10대재벌의 2세 형제경영인이 모두 주식 불공정거래에 뛰어들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검찰수사를 통해 이들의 범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금호그룹은 이미지 타격은 물론 경영에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정부가 재벌개혁을 가속화하는 와중에 터져 재벌의 탈법행위에 대한 응징의 본보기로 재계에선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사 내부의 불만도 거세다. 금호산업(옛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난해 상여금 삭감, 1개월 급여 반납, 안식휴직 등을 잇따라 실시하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종용했던 오너들이 속으로는 개인 잇속을 챙기기에 바빴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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