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신' 직격탄 광고 잇따라…질책형-호소형 내용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2분


검찰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늑장 처리하고 있다며 검찰수뇌부를 겨냥한 신문광고가 잇따라 게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광고는 검찰이 최근 신뢰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것이어서 검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충남 아산에서 S건축사무소를 경영하는 이인철(李仁徹·42)씨는 4일 모 일간지 1면에 “국무총리와 검찰총장을 질책한다”는 광고를 냈다. 검찰이 사건접수 후 6개월이 다되도록 시간을 끌면서 피고발인인 자민련소속 이길영 아산시장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올 2월 이시장을 건설공사 계약을 둘러싼 직권남용 혐의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검찰이 ‘3개월내 처리’라는 내규를 어겨가면서까지 “사건이 너무 많아 늦어졌다”며 사건처리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개그맨 겸 사업가 주병진씨도 1일 일부 신문에 ‘호소형’ 광고를 실었다. 주씨 역시 ‘박순용 검찰총장님, 저 주병진은 검찰을 믿습니다’는 광고에서 자신의 회사에서 벌어진 횡령사건을 검찰이 9개월째 지연시키면서 피해가 늘어만가고 있다고 주장했다.주씨 역시 최근까지 수사를 맡았던 검사가 피고발인과 친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검찰이 정치권력이나 개인적 인연(因緣)에 흔들리지 말고 원칙대로 수사해 달라는 것.

기업인들이 신문광고로 검찰에 ‘민의(民意)’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7년 한보사건 당시 ㈜제이손 대표 이영수씨가 ‘검찰의 잣대는 마피아의 총대로 잰 잣대’라는 광고를 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매달 400건 가량의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다소 지체되는 것이 있다”면서 “심증만으로 검찰을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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