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규모 「서울시 금고」잡아라』…시중銀 쟁탈전

  • 입력 1999년 3월 29일 19시 26분


“15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를 잡아라.”

1915년 이후 84년간 한빛은행 전신인 구 상업은행이 독점해왔던 서울시금고를 놓고 시중은행간 한판 진검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한빛은행의 시금고 운영권이 내년 4월 30일로 끝남에 따라 공개입찰에 부치기로 하고 29일 구체적인 입찰일정을 밝혔다.

서울시는 그동안 5년마다 수의계약을 통해 시금고를 지정해왔으나 시금고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의회 등의 지적에 따라 처음으로 공개입찰 방식을 택했다.

서울시는 8월 1∼10일 응찰을 받아 9월중 낙찰자를 결정하고 10월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

한빛은행이 84년간 쌓아온 풍부한 노하우를 내세워 수성을 다짐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을 제외한 11개 시중은행이 29일 입찰설명회에 참석했다.

한빛은행은 “관리체제 구축에만 1백억원이 들어가는 서울시금고 관리에 다른 은행들이 별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국민 주택 등 대형은행들이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격전이 예상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빛은행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서울시의 경우 연리 1%정도만 받아가는 공금예금액이 클 것으로 예상돼 응찰을 적극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서울시가 시금고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신용보증조합에 대한 출연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 한빛은행으로서도 부담이 가는 입찰”이라면서 “그러나 시금고운영에 따른 수익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금고는 시가 운영하는 각종 예산을 은행에 맡겨 필요할 때마다 인출해 쓰도록 한 제도. 서울시금고의 규모는 전국 도금고의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서도 도금고를 거의 독점해온 제일은행과 농협이 해외매각 및 부실화논란 등의 여파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지역연고가 있는 은행들이 속속 도금고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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