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이 불안하다…12년된 영광2호기 7일새 5번 스톱

  • 입력 1999년 3월 29일 19시 06분


원자력발전소가 불안하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가동 정지사고가 지난해 12월 이후 잦아지면서 원전의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한동안 뜸하던 원전 정지사고는 지난해 12월 울진2호기 사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1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6건은 이달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87년 가동을 시작한 전남 영광2호기는 23일부터 29일까지 불과 일주일만에 다섯 번이나 원자로가 정지돼 주변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사고원인도 각각 달라 지지애자 고장, 덤프밸브 고장, 증기과압보호판 과도개방, 증기발생기 급수공급 이상, 이물질 발견 등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낸 상태.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소는 안전관리에 조금만 소홀해도 가공할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최소한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정창현(鄭昌炫·원자핵공학과)교수는 “아무리 설계가 잘 된 원전이라도 항상 사고의 위험은 있다”면서 “원자력발전소가 14기로 늘어난 만큼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운전원과 안전요원들의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도 29일 성명을 내고 “가동한지 12년밖에 되지않은 원전이 일주일에 다섯 차례나 사고를 일으키는데 어떻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느냐”면서 “50여일간 가동 중단에 들어간 영광2호기를 즉각 폐쇄하라”고 요구했다.환경연합측은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설계 자체에 결함이 있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증기발생기가 10년 이상 운행되면서 생긴 필연적 결과”라고 분석하고 “핵심부품인 증기발생기 사고가 잦은 것은 치명적인 참사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전문가들도 “잦은 원전사고는 자칫 엄청난 참사를 몰고올 수 있다”며 “전국 원전의 안전을 전면 재점검하고 보다 강력한 안전관리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2008년 수명이 다하는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2∼5년 간격으로 원자로 해체가 잇따를 전망으로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태.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최근 빈발한 사고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8등급 중 가장 경미한 0등급 수준”이라며 “원자로 자체결함이 아니라 기계계통의 사소한 고장이므로 방사능 누출같은 사고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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