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수사배경 정가 설왕설래]개혁의 신호인가?

  • 입력 1999년 3월 1일 18시 30분


농협에 대한 감사원의 특감이 원철희(元喆喜)중앙회장의 전격 사퇴와 검찰수사로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농협에 대한 감사 및 수사의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협동조합 개혁의 ‘촉매제’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총선을 앞둔 여권의 ‘길들이기’라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여야의 시각차이도 현격하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여당의원들은 그동안 방만한 운영을 해온 농협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협동조합 개혁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감사원 특감이나 검찰수사도 협동조합 개혁을 돕기 위한 ‘바람잡이’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감사원 특감이나 검찰수사에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우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2백만 조합원에 전국 각 읍면별로 1천2백49개의 조합을 가진 방대한 농협조직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농협조직은 선거 때마다 여권조직과 밀착해왔으나 원전회장의 경우 현 정권과 직 간접적인 인연이 없어 농협수사를 시발로 차제에 확실히 여권조직화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

또다른 분석은 검찰수사를 통해 농협조직의 반발을 억제하면서 정부가 바라고 있는 신용부분 분리를 추진하려는 의도라는 것. 이 때문에 농협에 대한 일련의 ‘헤집기’에 금융감독원 개입설이 나돈다.

이와 함께 여권에 가까운 전 현직 고위간부들의 원회장 밀어내기라는 소문마저 나온다.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의원은 “이번 수사는 여러가지 뜻이 있을 것”이라며 “금주중 농림해양수산위를 열어 따질 것은 따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이나 야권의 주장은 아직 추측에 불과한 수준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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