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인터뷰]참여연대서 활동 문수복씨

  • 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28분


기업 구청 경찰 등에 맞서 일조권을 찾아낸 뒤 시민단체 자원봉사에 나선 문수복(文壽福·49)씨.

2년 전만해도 서울 강남구 수서동 한아름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문씨가 이렇게 변신한 것은 쾌적한 환경에 살 권리를 알려준 참여연대의 지원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들은 문씨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을 도와 실체가 정해지지 않았던 ‘잠자는 권리’를 구체적으로 찾아줬다.

주민들은 96년 아파트 남쪽 56m 지점에 20층짜리 대형건물이 들어선다는 계획을 알고 공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20층짜리 대형건물 3개동은 이미 나산종합건설이 강남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어지고 있었다.

문씨는 “당시 일조권을 ‘공사가 끝난 건물이 아파트의 햇빛을 가릴 경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로만 이해하고 있어 그것을 주장하면 공사를 막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문씨와 주민의 요청은 곳곳에 버티고 있는 ‘거대한 공룡들’과 만나 산산조각이 날 판이었다.

강남구청은 주민과 대화도 하지 않았다. 강남경찰서 정보과 형사는 툭하면 전화를 걸어 “공사를 반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협박과 회유를 번갈아했다.

변호사를 선임하자니 수임료가 5천만원 이상으로 주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문씨는 “기업과 싸운다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었다”고 말했다.

대형빌딩 하나가 골조공사를 마칠쯤 문씨는 참여연대를 찾아가 2백만원에 소송을 맡겠다는 변호사들을 만났다.

마침내 문씨와 아파트 주민은 ‘적법하게 짓고 있는 건물이라도 일조권이 침해되면 공사를 중단하게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8시부터 오후4시까지 4시간 이상 주거지역에 햇빛이 들지 않으면 일조권 침해’라는 판결로 문씨는 일조권을 구체적으로 찾았다. 이 판결이 나오자 구청도 건축허가시 일조권 심의를 의무화했다. 결국 문씨와 주민의 노력은 다른 주민의 권리도 찾아준 셈.

문씨는 “이윤추구에 눈멀었던 기업과 격전을 치르며 시민이 권리를 찾는 만큼 사회가 맑아진다는 것과 다른 사람의 권리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jevi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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