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노조가입 허용논란]주요 내용과 전망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41분


실직자들이 초(超)기업단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는 노동부 방침이 부처간 이견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실직자의 노조가입 허용방침은 노사정위원회 합의사안으로 노동부는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그러나 법무부가 제동을 걸면서 부처간 논의에 차질이 생겼다. 부처간 실무협의에서도 결론을 내지못해 차관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고 지난달 24일 총리주재로 노동 법무 등 관계부처장관 회의까지 가졌지만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7일에는 차관회의를 열어 절충안을 마련하려 했지만 법무부와 노동부 두 부처 장관이 모두 절충안을 거부하는 바람에 이마저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 절충안은 실직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허용을 1년 유예하되 실직자 가입범위를 총연맹까지 허용하고 사회활동을 금지하는 내용.

당초 1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부처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안건상정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초기업단위 노조란〓초기업단위 노조는 개별기업이 아니라 기업 또는 사업장 단위를 넘어 지역 산업 직종 등의 단위로 결성되는 형태다.

현행 노조체계는 개별 기업단위의 노조를 바탕으로 단위노조가 모여 산업별 연맹, 더 나아가 총연맹을 구성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초기업노조는 조합원이 개별 기업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 노조를 구성하는 것으로 건설일용직이나 항만노역자 선원 등이 노조를 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항운 선원 제화공노조 등 1백48개 노조가 있으며 조합원은 10만7천여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직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이 허용되면 실직한 제화공이 성남제화공노조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추진배경〓2월6일 노사정 합의에서 실직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2월 임시국회에서 실직자 범위, 조합원 자격요건을 명확히해야 한다는 논란 때문에 일단 유보됐었다.

이후 제2기 노사정위에서 재논의해 9월28일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였으나 현재 근로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을 인정한다”고 합의했고 이를 근거로 법개정이 추진돼왔다.

▼주요내용 및 쟁점사항〓초기업단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실직자의 자격은 전직(前職)실업자로 하고 구직등록 등 적극적인 구직의사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따라서 구직을 포기한 장기 실직자나 비진학 청소년 대졸미취업자 자영업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쟁점 중에 하나는 실직자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을 전제로 한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등을 규정하고 있어 실직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및 노동조합조정법은 ‘임금 또는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실직자도 근로자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실직자 노조로 인한 사회불안에 대해서도 노동부와 법무부의 의견은 다르다. 법무부는 상당한 사회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노동부는 실직자 노조는 대상인 사용자가 없기 때문에 만약 규약에 ‘근로조건 유지 개선 등 지위향상을 위한 활동’이 포함되거나 정치활동이 포함되면 설립신고가 안되므로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전망 및 정치권 입장〓실직자의 노조가입 허용이 무산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큰틀로 삼는 노사정위원회가 파행으로 갈 가능성도 없지않다.

정치권은 당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국민회의는 노사정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고 자민련은 위헌소지 등을 지적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노사정위 합의가 교원노조와는 달리 개정시기를 못박지 않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더라도 일단 뒤로 미뤄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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