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이모저모]온정리출신 70대 두 실향민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9시 46분


50여년만에 찾은 고향은 너무도 변해 있었다. 마을은 흔적조차 없었다. 그런데 같은 처지의 동향 사람을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

외금강 초입의 온정리가 고향인 실향민 김택기(金澤起·70·강원 횡성군)씨와 장정복(張正福·71·경기 고양시)씨는 20일 고향땅에서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다.

1·4후퇴 때 단신 월남한 뒤 두 사람은 고향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혹시 관광객 중에 온정리 출신이 있는지 수소문하던 끝에 기자의 주선으로 만났다.

“경성여관이 우리집이었어요. 아버님은 신문사 지국장도 하셨죠.”(김씨)

“경성신문을 배달해서 부친을 잘 알아요. 점잖은 분이셨죠.”(장씨)

두 사람은 추억을 더듬었다. 김씨는 외금강초등학교 7회, 장씨는 6회였지만 서로를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학교 뒤 넓은 마당바위나 흐드러진 벚꽃 아래에서 공을 차던 일 등 이들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풍경은 똑같았다.

김씨는 이날 점심을 먹은 금강원 부근이 옛 집터인 것같다고 했지만 마을이 사라진 그 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장씨도 “집터 근처에 관광버스가 멈춘 틈을 타 간단히 부모님 제사를 지내려다 북한군인의 제지를 받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이날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한 채 서로를 위로했다. 혈육들의 소식을 듣는 날까지 죽지말고 살아 있자고.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