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금강 초입의 온정리가 고향인 실향민 김택기(金澤起·70·강원 횡성군)씨와 장정복(張正福·71·경기 고양시)씨는 20일 고향땅에서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다.
1·4후퇴 때 단신 월남한 뒤 두 사람은 고향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혹시 관광객 중에 온정리 출신이 있는지 수소문하던 끝에 기자의 주선으로 만났다.
“경성여관이 우리집이었어요. 아버님은 신문사 지국장도 하셨죠.”(김씨)
“경성신문을 배달해서 부친을 잘 알아요. 점잖은 분이셨죠.”(장씨)
두 사람은 추억을 더듬었다. 김씨는 외금강초등학교 7회, 장씨는 6회였지만 서로를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학교 뒤 넓은 마당바위나 흐드러진 벚꽃 아래에서 공을 차던 일 등 이들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풍경은 똑같았다.
김씨는 이날 점심을 먹은 금강원 부근이 옛 집터인 것같다고 했지만 마을이 사라진 그 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장씨도 “집터 근처에 관광버스가 멈춘 틈을 타 간단히 부모님 제사를 지내려다 북한군인의 제지를 받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이날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한 채 서로를 위로했다. 혈육들의 소식을 듣는 날까지 죽지말고 살아 있자고.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