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인숙/전철안의 착한 아가씨

  • 입력 1998년 10월 21일 19시 10분


며칠전 전철안에서의 일이다. 내가 앉은 자리 옆에 어떤 젊은 애기 엄마가 서너살 정도 되는 아이를 안고 앉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 아이는 남루했다. 먹은 것이 입에서 흘러내려 지저분했다. 아이가 칭얼대니 엄마는 수첩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가 볼펜을 주었다. 아이는 그 볼펜을 쥐고 이리저리 흔들다가 내 가방에 그으려 했다. “안돼”하고 말했더니 아이는 볼펜을 던져버리고 또 칭얼대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무섭게 때렸다.

아이가 심하게 울음을 터뜨린 순간 내 앞에 서있던 예쁘장한 아가씨가 가방에서 소리가 나는 구슬을 꺼내더니 아이에게 내밀었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구슬을 몇번 흔들다가 획 던졌다.

아가씨는 구슬을 줍더니 다시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싫증이 났는지 다시 칭얼댔다. 또 엄마가 머리를 쥐어박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그러자 그 아가씨는 무거운 가방을 둘러맨 채 아이를 안아 손잡이를 잡도록 했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깔깔 웃었다. 그들이 내릴 때까지 아가씨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전철안의 승객들은 천사같은 그 아가씨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김인숙(경기 안산시 본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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