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판매시장 실태점검]젖소고기가 한우로 둔갑

  • 입력 1998년 10월 7일 19시 23분


‘어쩐지 질긴 건 역시 젖소고기.’ 서울시내 마장동 독산동 등 주요 쇠고기 판매시장과 일반 정육점에서 젖소고기를 한우고기로 속여 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추석을 앞둔 1일과 2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마장동 독산동 경동시장 등 서울시내 주요 쇠고기 판매시장과 일반 정육점을 현장취재한 결과 확인됐다.

▼ 실태 ▼

시중에서 판매되는 쇠고기는 한우 수입소 육우(수젖소) 젖소(암젖소) 등 4가지(표 참조). 이 중 젖이 더이상 나오지 않아 폐기되는 젖소고기(일명 ‘찔찔이’)는 영양가가 낮고 질긴데다 맛이 없어 다른 고기의 절반이하 값에 판매된다.

마장동시장의 상인 K씨(37)는 “쇠고기값 폭락으로 상인들의 이윤폭이 줄어드는 바람에 많은 업소에서 젖소를 한우로 속여 팔고 있다”고 털어놨다. 보통 육우를 한우라고 속이는 경우도 많아 실제로 본보 기자가 이들 정육점 10곳에서 한우고기 3백g씩을 구입해 감정을 의뢰한 결과 5곳의 고기가 육우였다.

또 서울 B예식장 J병원 S식당 등 20곳의 업주와의 전화통화 결과 20곳 대부분에서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값싼 젖소나 육우를 쓰고 있다”는 실토를 들을 수 있었다.

▼ 대책 ▼

소가 도살될 때는 한우에는 빨간색, 육우에는 녹색, 젖소에는 청색 도장이 찍힌다. 하지만 고기가 중간상을 거치면서 부위별로 잘려지면 소비자가 육안으로 고기의 종류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당국에서는 고기의 부위별 포장시에 종류와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단속을 책임지고 있는 구청관계자들도 식별법을 전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축협중앙회 이병원 판매사업부장은 “쇠고기 판매는 정육점 주인의 양심에 맡겨져 있는 게 현실”이라며 “농수축협 등 공인된 한우판매장에서 쇠고기를 구입하거나 믿을 만한 정육점을 이용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정훈·박윤철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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