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변 「긴박의 하루」]하늘만 쳐다봤던 18시간

  • 입력 1998년 8월 9일 20시 27분


“비상.”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하던 김학재(金學載)서울시부시장이 빗물에 흠뻑 젖은 채 재해대책본부로 뛰어들었다. 8일 오전2시55분경.

순간 서울시 재해대책본부 상황실팩스는 ‘찌리리링’하는 요란한 신호음을 울리며 서울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졌음을 알렸다. 종합상황판에는 중랑천의 수위가 위험수위인 17.70m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시간당 강우량도 도봉 78㎜ 종로 61㎜ 등 시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전3시20분경에는 비상대기중 연락을 받은 고건(高建)서울시장이 뛰어내려와 중랑천변에 있는 노원 도봉 강북 중랑 동대문 광진구 등 6개구 구청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피준비를 지시했다.

분당 2㎝이상씩 불어나던 물이 오전3시55분경 마침내 위험수위를 넘어 17.85m를 기록하자 서울시 전직원 비상령을 내린 고시장은 수방사에 긴급히 연락, 군부대 출동을 요청했다.

중랑천수위가 18m를 넘기 시작한 오후 4시45분. 노원구청 소속 차량들이 속속 아파트단지로 들어오면서 긴급대피를 알리는 방송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중요 가재도구를 챙겨 월계역 방면과 동일로방면으로 내달리는 사이 불어난 물은 주변을 삼킬듯한 기세로 물막이벽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중랑천 상류 의정부시 장암동에서 중랑천을 막고 서 있던 제방 한쪽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붕괴된 제방으로 쏟아지던 물은 순식간에 제방 20여m를 무너뜨리며 의정부시 장안동과 노원구 상계동 노원마을을 덮쳤다.

이후 서울지역 빗줄기가 잠잠해지면서 오후2시까지 소강상태를 보이자 서울시상황실은 다소 여유를 찾았다. 하지만 오후들어 더 굵어진 빗방울이 서울시내 전역을 또다시 ‘공습’하기 시작했다.

오전에 위험수위를 넘겼던 중랑천은 물론 방학천과 안양천이 빠르게 차오르더니 방학천이 오후3시경 범람, 이 일대가 물바다를 이뤘다.

오전한때 위험수위인 9.1m를 넘었던 안양천도 오후10시경 다시한번 9.6m를 넘기며 주민들을 긴장시켰다.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북부지역의 빗줄기가 잠잠해진 오후8시경. 중랑천의 수위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더니 오후11시를 지나서는 위험수위를 1m 이상 밑돌면서 직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태원·이완배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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