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윤상호/미취업 지방대생의 悲歌

  • 입력 1998년 6월 10일 19시 44분


“지금은 아무데나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심정뿐입니다.”

지난해 부산 B대 신방과를 졸업한 박모씨(28)는 요즘 자신의 꿈을 빼앗아간 ‘IMF경제쇼크’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박씨는 지난해 4개월간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돈으로 7개월간 호주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영어실력을 키우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지방대생들이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한창 어학연수붐이 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귀국한 박씨는 8백점 이상의 토익점수와 3.5 이상의 학점 등을 귀중한 ‘취업자산’으로 생각했다. 실력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패기와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IMF불황’이 불어닥치면서 박씨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원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졸업생이라고 재학생보다 더 대접하는 것도 아니고요….”

주위에서 포기하라는 충고를 들을 때마다 ‘내년에는 나아지겠지’하는 한가닥 기대를 갖고 묵묵히 준비했던 박씨는 올 들어 결국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그는 올 들어서만도 20곳 이상의 업체에 입사원서를 냈으나 모두 쓴잔을 마셨다. 재학시절부터 선망하던 방송국 PD직같은 꿈을 접은지는 오래다.

박씨는 최근 해경시험에 응시한 뒤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요즘같은 처절한 불황기에 적성을 따지는 취직은 사치라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는 요즘도 낮에는 학교의 취업진로센터에 가 취업정보를 살피고 밤에는 PC통신과 신문의 취업자료들을 뒤지며 하루를 보낸다.

“재학생들의 눈치를 보며 도서관에 앉아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지방대 졸업생의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며 한숨 짓는 박씨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 보였다.

〈윤상호〉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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