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실책 수사]강경식-김인호씨,차가운 감방신세로

  • 입력 1998년 5월 19일 20시 47분


“경제위기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죄합니다.”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은 18일 오후 10시50분경 구속 수감되면서 똑같이 말했다.

그러나 두사람 모두 형사 소추에 대해서는 항변했다. 강씨는 “재임중 고의로 직무를 유기하거나 직권을 남용한 적은 없으며 검찰이 나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도 “30년 공직생활 동안 국가경제 발전에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했다”며 “재판에서 진실을 밝힐 것이고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역사를 통해 평가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때 대권을 겨냥하고 서울시장을 꿈꾸었던 ‘거물’들 답게 스스로들 ‘무죄’라고 외치면서 세월을 기다리겠다는 자세였다.

두사람이 대통령에게 외환위기를 보고할 의무를 고의로 외면하고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신청을 적극 저지한 이면에는 개인적인 ‘정치적 야망’이 도사리고 있었고 그 증거를 확보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강씨의 비망록에서 강씨는 대통령, 김씨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했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는 것.

강씨가 정치구상을 적은 ‘경영전략계획서’에는 총선(96년)에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97년 대선에 출마할 계획을 세웠으며 이 계획이 불발로 끝난 뒤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할 계획이었다고 검찰 관계자는 말했다.

강씨는 또 김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강씨 등은 “선거에 출마해 억울함을 호소하자는 이야기를 적은 것을 검찰이 짜맞추기식으로 문제삼는다”고 반발했다.

이들 두사람은 이날 밤11시반경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관계자로부터 수감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설명듣고 다음날 오전1시가 지나 구치소에서의 첫 잠자리에 들었다.

구치소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두사람도 구치소에 들어와서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일반 수감자와 마찬가지로 나무로 된 마룻바닥에 수세식 화장실과 세면실이 갖춰진 1평 남짓한 독방에 각각 수감됐다.

구치소측은 두사람이 ‘공범’임을 감안, 구치소내 서로 다른 건물에 방을 배정했다.

두 사람은 19일 오전6시에 기상, 식사를 마친 뒤 오전 일찍 방문한 노승행(魯勝行)변호사와 각각 30분 정도 접견하며 향후 재판전략 등을 논의했다.

〈조원표·신석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