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명암]부자는 웃고…돈없는 서민은 울고…

입력 1998-01-13 20:04수정 2009-09-2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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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감원 감봉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일부 부유층에는 ‘IMF 상황’이 오히려 재산증식의 기회가 돼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조만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왜 부익부빈익빈인가〓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 정부와 IMF가 환율 안정과 경제의 거품 해소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면서 최근 은행의 신종적립신탁 등 일부 금융상품은 금리가 연 20%를 웃돌고 있다. 금융자산이 많은 부유층은 돈 굴려 더 재미볼 곳을 찾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반면 서민층은 감원과 감봉이 확산되면서 소득이 줄어 이미 가입해 놓은 예금도 해약해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가계 빚을 안고 있는 서민들은 고금리에 허리가 휜다. 빚을 내서 내집을 마련했거나 어렵게 분양받은 서민층 가운데는 치솟는 대출금리에 이미 사둔 집을 되팔거나 중도금을 못내 분양 아파트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안정 대책도 부유층에는 혜택이 많다〓‘위험한 장사가 이문도 많다.’ 뒤집어 말하면 금리가 높은 상품은 위험도가 높은 것이 금융상식. 그런데 정부가 모든 금융기관 예금의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도 3년간 전액 보장하기로 함에 따라 돈만 많으면 안심하고 높은 이자를 따낼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온 국민이 세금으로 나누어 떠안는다. 금융실명제 완화는 서민층에는 ‘담 너머 일’이지만 부유층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면하게 된데다 무기명장기채 발행으로 상속도 쉬워졌다. ▼같은 고통도 서민층이 더 심하게 느낀다〓환율이 치솟고 물가가 오르는 데 따른 파장은 부유층과 서민층에 모두 나타난다. 하지만 전체 지출중에서 생활필수품에 대한 소비지출 비중이 낮은 부유층과 대부분의 소비가 생필품에 집중된 서민층이 겪는 고통은 크게 차이가 난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서민들이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줄이자 부유층은 교통난 완화 등에 따른 ‘쾌적 혜택’까지 덤으로 누리고 있다. ▼어떤 부작용이 오나〓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연구위원은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하면 사회적인 위화감이 조성되고 서민들의 나라 살리기 동참을 유도하는데도 설득력이 약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서민층이 정리해고 태풍에 전전긍긍하느라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지 않고 있지만 머지않아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서민층이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부유층만 과외를 시킬 수 있게 되면 교육기회 형평 논란이 빚어질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금융계는 “일부 부유층은 범국민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외화모으기와 금모으기를 틈타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재기에 나서는 등 국가적인 위기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전했다. ▼해법은 없나〓서울시립대 이근식(李根植·경제학)교수는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늘 나타난다”면서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누진세와 상속세를 강화하면 문제점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팽동준(彭東俊)조사2부장도 “일부 계층만 부당하게 혜택을 보는 일이 없도록 세금을 잘 거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소비나 사재기 등에 앞장서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부유층이 위기극복에 앞장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곽상경(郭相瓊·경제학)교수는 “고금리 정책이나 예금자 보호 등은 부작용이 있지만 국가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온 국민이 합심해 IMF체제를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지만 가진 사람들의 절제 등 양식이 특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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