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를 찍어내는 한국조폐공사 노조가 최근 거리에서 시민에게 수만장의 「만원짜리 지폐 모양의 유인물」을 배포해 한국은행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가짜 지폐」는 지난달 29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조폐공사 노조가 외부 인쇄소에 주문해 7만장을 찍어낸 대(對) 국민 홍보물이다.
앞면은 만원짜리 지폐를 2.2배 가량 확대한 뒤 일련번호 대신 「970825 조폐노조」를 써 넣어 컬러인쇄하고 뒷면에는 파업배경을 설명하는 글을 실어 서울역과 대전역 앞 등에서 배포했는데 행인들이 일부러 와서 받아갈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조폐공사에 항의공문을 보내 『국민의 위임을 받아 화폐를 제조하는 조폐공사에서 어떻게 화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할 수 있느냐』며 『노조 제작물이 위조지폐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화폐의 품위를 훼손시킨 행위이므로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중앙은행으로서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회사측이 노조전임자를 20명에서 3명으로 줄이라고 요구해오다 지난 2월 작업장 복귀를 거부한 전임자 10명을 무기 정직시킨 것을 계기로 노사관계가 나빠져 파업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여운선 발권부장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우표와 유가증권 수급에는 다소 차질이 있겠지만 현금은 전쟁 등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은행이 충분한 예비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