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바가지 『왕짜증』…더위보다 더 지독한 얌체상혼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전국 유명 피서지에서 올해에도 바가지요금이 성행해 알뜰휴가에 나선 피서객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본보 특별취재반이 동해 서해 남해안 일대의 유명 해수욕장 주변을 취재한 결과 피서지의 민박요금과 대부분의 생필품 값이 평소의 2, 3배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25일 가족과 함께 경포대해수욕장을 찾은 조순일씨(28·회사원)는 민박을 하기 위해 한 곳을 찾아 갔다가 「임시주인」이라고 밝힌 50대 남자가 하루 방값으로 7만원을 요구해 깜짝 놀랐다. 조씨가 『해수욕장 입구 유료주차장 벽에 「2인1실 민박은 2만원, 1인 초과시 5천원 추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던데 어떻게 7만원을 받느냐』고 따지자 주인은 『권장가격에 불과할 뿐』이라며 배짱을 퉁겼다.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5)는 『한달 전 집주인에게 1천6백만원을 주고 방이 17개인 이 여관을 두달간 임대했다』며 『짧은 휴가기간에 임대비를 뽑기 위해서는 방값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반경 낙산해수욕장 입구에 일가족 3명을 태운 택시가 들어 서자 「삐끼」 3명이 한꺼번에 택시문을 잡고 『우리 집이 더 낫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삐끼」들이 손님을 데려올 경우 임대업주들은 방값의 35%를 내주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피서객의 부담이 된다. 서해안의 대천해수욕장도 바가지요금이 극성을 부리기는 마찬가지. 수영복과 물놀이기구를 임대해주는 40대 여인은 『여름 한철 보고 장사하는데 누가 협정 가격표를 지키겠느냐』며 『주말에는 협정가격의 4, 5배까지 치솟는다』고 말했다. 휴가가 절정에 이르는 다음주말은 부르는게 값이라는게 업주들의 장담. 무주 구천동과 덕유산국립공원 주변의 식당과 유흥업소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평소 1만원이던 밥값이 휴가시즌이 시작되면서 1만5천원으로 올랐고 서울시내 유흥업소에서 3천원정도를 받는 5백㎖ 맥주 한병값이 5천원에 이른다. 이같은 바가지 상혼때문에 예년에 비해 오토캠핑장을 찾는 피서객들이 크게 늘어났다. 낙산해수욕장의 오토캠핑장에서 만난 이태현씨(35·회사원·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방값을 놓고 민박업자들과 싸우는 것에 지쳐 올해는 아예 널찍하고 이용료도 싼 오토캠핑장을 찾았다』며 『민박하는 것보다 휴가비용이 3배이상 절감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YMCA(회장 김수규)는 28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휴가철 국내관광 불편 및 피해사례접수를 위한 고발센터를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전화 723―4757, 팩시 733―9621 725―1413, 천리안 GO SYMCA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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