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이민온지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당시 브리스베인에는 한국인이라야 16가구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5천여명이나 될 정도로 한인사회가 커져 우리도 벌써 이민1세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처음에는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물건값을 바가지쓰는 등 금전적인 손해를 본 적이 많아 영어 좀 잘 했으면 하는 게 소원이었다. 이민 당시 큰딸 소정(18)이 두살, 둘째딸 소희(16)는 2개월된 아기였고 아들 병민(8)은 이곳에서 낳았다.
큰딸이 유치원에서 호주아이들과 놀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혀 꼬부라지는 소리를 했다. 이곳에도 중국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자기들끼리는 철저할 정도로 중국말만 하면서 유대관계를 끈끈히 유지하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한 민족이라고 생각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집에서는 영어를 절대 쓰지 못하게 했다. 아이들이 영어를 할 때마다 회초리로 혼내주었다. 자기들끼리 영어를 하다가도 내가 나타나면 깜짝 놀라 한국말로 바꾸기도 했다.
시간만 나면 한글을 가르쳤고 주말이면 한글학교에도 데리고 나갔다. 생업에 바빠 자식에게 한국말을 가르치지 못해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후회하는 교포를 많이 보았다.
내가 영화속의 빠른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딸에게 무슨 뜻이냐고 자꾸 물어보면 귀찮아 하는 눈치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