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 뺨치는「大盜」등장…호화주택 수억대 털어

「대도(大盜)의 자리를 나에게 넘겨라」. 80년대 유명인사의 집만을 집중적으로 턴 뒤 유유히 종적을 감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도 趙世衡(조세형)」의 기량과 수법을 능가하는 또다른 「대도」가 등장했다. 무인경비시스템을 갖춘 서울 강남 일대의 부유층 가정만을 골라 수억원어치의 귀금속을 훔친 뒤 종적을 감춰 경찰 수사팀의 혀를 내두르게 했던 池秉天(지병천·57·무직·서울 서초구 서초동)씨가 장본인. 경찰에 따르면 지씨는 지난 2월8일 강남구 역삼동 S씨(59·중소기업 대표)의 집에 침입, S씨 부부를 흉기로 위협하고 1억원 상당의 물방울 다이아반지와 비취반지를 훔쳐 달아나는 등 호화주택만을 골라 범행했다. 지씨가 강남 지역의 호화주택 세곳에서만 턴 금품은 총 5억원 상당. 경찰조사 결과 지씨는 「절도계의 마술사」로 불렸던 「대도 조세형」에 비해 한수 위의 「기량」을 구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80년대 조씨가 주로 대낮 유명인사의 빈 집에 들어가 귀금속 등을 훔친 것에 비해 지씨는 한밤중 무인경비시스템이 겹겹이 설치돼 있는 호화주택에 들어가 고가의 보석들을 훔쳐낸 것. 명문대 기계공학과를 중퇴한 지씨는 50여종의 특수장비를 이용해 무인경비시스템을 손쉽게 무용지물로 만드는 「비장의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83년 검거될 당시 전과 10범에 불과했으나 28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의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지씨는 전과 34범인 것도 조씨를 능가하는 기록. 특히 지씨는 경찰에 붙잡힐 당시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서초구 서초동에 연락처를 두고 이미 폐간된 주간지 「생활체육신문」의 편집국장과 변호사 사무장 등의 행세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