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재수사 9일째]뚜렷한 성과없이 『주변 압박중』

  • 입력 1997년 3월 29일 20시 15분


한보특혜대출비리와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29일로 재수사 착수 9일째를 맞았다. 검찰은 지난 28일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3남 譜根(보근)씨를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은행장들의 업무상 배임혐의를 제외하고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상황을 점검해본다. ▼한보특혜대출비리 조사▼ 한보특혜대출비리에 대한 검찰조사는 은행대출경위→고위공무원 대출압력→정관계인사 개입→배후 등의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한보철강에 3조1천여억원을 대출해 준 5개 은행의 대출경위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5일 한보철강에 최초로 대출을 해준 산업은행 부산지점 대출담당 차장을 소환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은행 임직원 27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지난 93년 이후 한보의 신용도가 매년 떨어지고 있다는 자체조사결과에 따라 은행실무자들이 부실대출을 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장들이 대출을 강행한 사실을 거의 확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는 은행장 등 관련 비리혐의자들에 대한 소환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한보그룹 자금담당 이사와 경리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총회장이 3백억원 가량의 돈을 현찰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 사용처를 집중조사중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정총회장과 구속수감된 보근씨, 한보그룹 재정본부장 金鍾國(김종국·구속중)씨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 금융계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뇌물제공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현철씨 비리의혹수사▼ 검찰은 김씨의 비리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우선 김씨의 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의 재산형성과정과 자금흐름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검찰의 박씨 자금추적작업은 △의류업체 파라오의 매각과정 △즉석복권제조업체 투자자금출처 △에메랄드호텔 인수추진경위 △카사두손빌라 매매경위 등을 포함,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위해 지난 21일 박씨의 자택 사무실 예금계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데 이어 △지난 25일 파라오 전대표 金鈴珠(김영주)씨 △26일 카사두손빌라 전소유주 김모씨 △27일 에메랄드호텔 대표 이명희씨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한보철강의 독일 SMS사 제철소설비 도입과정에 박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2천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설과 관련해 SMS사의 국내대리인 역할을 한 크로바무역 전기명사장도 소환조사했다. 이처럼 김씨의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는 그야말로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김씨의 이권개입이나 금품수수의혹을 밝혀낼 만한 구체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김씨를 몇가지 혐의가 포착되는대로 서둘러 형사처벌하기보다는 당분간 김씨와 박씨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데 치중하기로 내부적인 방침을 정했다. 결국 김씨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는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리고 최소한 측근 박씨의 위법사실이 어느 정도 확인돼 박씨가 소환되는 시점에 가서야 본격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종대·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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