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산불 70여회」…서산 가야산서 6년째 계속

  • 입력 1997년 3월 27일 08시 25분


[서산〓지명훈기자] 충남 서산시 해미면 대곡리 주민들이 6년째 「도깨비 불」에 홀려 있다. 마을 뒷산인 가야산에서 매년 10여건씩 일어나는 원인 모를 산불 때문이다. 1백5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평화롭던 농촌마을에 「도깨비 불」소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 92년. 주민들은 그해 3월들어 산불이 2,3건 잇따랐을 때만 해도 통상 봄이면 발생하는 입산객의 부주의에 의한 실화이거니 했다. 그러나 산불은 계절에 관계없이 월 한차례 이상 정례적으로 일어났고 발화지점도 산기슭에서 정상까지 종잡을 수 없게 되자 방화라고 심증을 굳힌 주민들은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이러기를 6년째, 지난 25일 일어난 불로 가야산의 「얼굴없는 산불」은 71번째를 맞았다. 『귀신이 노했다』 『도깨비 장난이다』 『정신병자 소행이다』 『마을에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다』 마을은 밑도 끝도 없는 소문과 걱정속에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도 지난 해부터 「가야산 산불수사 전담반」을 구성해 수사를 펴는 한편 초소를 만들어 전경을 상주시키고 경찰과 시청직원 마을주민 등 10여명으로 순찰대를 조직해 매일 순찰과 매복을 반복하고 있다. 서산시와 주민들은 4백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 듯 산불은 이달 들어서만도 3건이나 추가로 발생해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마을이장 李喜業(이희업·62)씨는 『매년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산신제를 지내고 있으나 별무소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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