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호기자] 26일 오후 3시 서울지법 522호 법정.
지난해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 봐」를 출간했다 음란문서제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작가 장정일씨의 첫 공판이 열렸다.
공판 시작 전 법정안에는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기록을 들춰보던 金亨鎭(김형진)판사는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이 법정안에 미성년자가 있습니까』라고 방청석을 향해 물었다.
맨 뒷좌석에 앉아 공판을 기다리던 한 남자피고인이 『78년생인데요』라고 대답하자 김판사는 『이 공판은 미성년자가 방청할 수 없으니 잠깐만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판사는 한 여자 방청객에게도 『재판의 성격상 여성분도 자리를 피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여자 방청객은 『65년생입니다』라고 대답했고 법정안에는 한바탕 웃음이 터져나왔다.
피고인 인정신문에 검찰측 직접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안은 한편의 외설작품 낭독회를 방불케 했다.
『그는 Y의 몸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었다. Y는 엉덩이를 들었다. …그는 그녀의 떨리는…에 입을 맞춘다.…』
검사는 이 책의 가장 야한 부분만을 발췌한 10여쪽의 공소장을 읽어 내려갔고 7,8명의 「성인」방청객들은 숨을 죽이며 검사의 「낭독」을 경청했다.
검사는 중간중간 남녀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판사에게 『판사님, 계속 읽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검사의 낭독이 계속되는 동안 피고인석에 앉은 장씨는 계속 얼굴을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장씨는 『이 책이 변태적인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주인공의 성격이나 주제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행위의 묘사부분이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나』하는 질문에도 『문학작품을 논할 때의 일반인이란 작품을 읽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다』고 대답했다.
재판이 끝나자 장씨는 『빨리 재판을 끝내고 내 생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한 뒤 황급히 법정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