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아리는 「술 항아리」?…신입생 모집공고 「酒態」

  • 입력 1997년 3월 8일 2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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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장 많은 동아리는 술마시는 동아리?」 8일 오전 서울 D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 공고가 빽빽히 나붙어 있었다. 「즐거움이 가득! 술이 가득! 가득!」. 「엄마 나 원샷했어. 주도문화의 길라잡이」. 동아리의 성격이나 내용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아 공고만 보고는 무슨 동아리인지 통 알 수가 없다. 각 대학 동아리들이 치열한 신입회원 영입경쟁을 벌이고 있는 새학기. 그러나 몇몇 동아리들은 자기 동아리의 결성취지와 활동사항보다는 술로 신입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를 본 많은 이들이 우리의 대학가가 「책 권하는 대학」이 아니라 「술 권하는 대학」으로 변모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된다. 「바람이 불어온다. 술바람 춤바람」 「술마시면서 중국어 배울 사람 구함」 「96전국 주류 도소매협회선정 가장 맛이 간 동아리」 「농구가 좋고 술이 좋은 사람들」…. 「우린 인류의 평화를 위해 술을 마신다」는 국제학생간 교류를 추구한다는 국제연합학생회(UNSA)의 모집공고. 「97새내기 긴말 필요없구 우리 술이나 먹자」고 한 모대학 연극반은 스스로를 마시는 「술」자를 넣어 극예「술」연구회로 소개했다. 모대학 기계공학과에서 신입생수련회를 알리는 안내문도 다를 게 없다. 「우리 모두 개떼처럼 몰려가서 개판치고 놀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알코올 냄새가 물씬한」 대학가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충남대 토목공학과 신입생 환영회에서 신입생 한명이 선배들이 냉면그릇에 부어준 소주를 억지로 마시고 숨지는 사건까지 생겼다. 올해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학부모 李正敏(이정민·45·회사원)씨는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온다』면서 『대학을 방종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교육학과 韓駿相(한준상)교수는 『선배들이 술에 의지한 「쇼크요법」으로 후배들의 관심을 끌려는 것은 「원시적」선후배 관계』라면서 『실력과 교양, 건전한 상식으로 후배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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