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야가 진흙탕싸움을 벌이며 치열하게 주고 받은 의혹제기와 해명, 비난과 반박은 증거의 뒷받침이 없어 공허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한보사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임채청기자]
▼ 의혹제기 및 폭로전
한보가 부도처리된 지난달 2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즉각 특혜의혹을 제기하면서 배후규명을 촉구했다. 신한국당은 한동안 공식반응을 자제했으나 25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필요하면 김대통령도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의 청주발언을 계기로 맞대응에 나섰다.
국민회의가 『청와대 핵심부와 신한국당내 대선주자중 몇명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한데 이어 자민련이 『한보에 대한 천문학적 대출에 민주계의 「젊은 부통령」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김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를 간접 거론한 것도 신한국당을 자극시켰다.
26일 金哲(김철)대변인은 『만약 야당이 계속 유언비어의 괴뢰가 돼 한보문제를 인민재판과 같은 방식으로 이용하면 야당도 포함된 정치권이 완전히 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심상치 않은 예고를 했다. 姜三載(강삼재)사무총장은 27일 김대중총재의 청주발언과 관련, 뒤늦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낀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30일 신한국당은 마침내 『수많은 야당인사가 한보와 관련해 여러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익명으로 야당인사 8명의 연루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강총장은 『지금은 시중의 설을 거론했지만 야당이 계속 무책임한 폭로전으로 나올 경우 구체적 정보를 바탕으로 폭로할 것이다. 정보라면 야당보다 여당이 훨씬 많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백주장
여야의 폭로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한보연루 의혹이 제기된 여야 의원들은 너나 없이 결백을 주장했다. 신한국당의 경우엔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몇차례 만나 알고 있으나 특혜대출과는 무관하다』(崔炯佑·최형우고문) 『올해초 상공회의소 신년하례식에서 정총회장을 처음 만났다』(金德龍·김덕룡의원) 『논평할 가치도 없다』(徐錫宰·서석재의원) 『6하원칙에 따라 사실을 적시하고 증거를 내놓으라고 부탁하고 싶다』(洪仁吉·홍인길의원)는 식이었다.
국민회의의 경우에도 정총회장의 아들과 친구라는 의혹이 제기된 김대중총재의 장남 金弘一(김홍일)의원은 『내 나이가 몇인데 40대인 정총회장의 아들과 친구인가』라고 해명했고 신한국당이 「야권3인방」으로 지목한 權魯甲(권노갑) 金玉斗(김옥두)의원과 朴智元(박지원)기획조정실장도 각각 『신한국당의 물귀신작전』 『여당의 물타기전략』 『이같은 모함은 정권말기적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수사 성격
여야공방은 한보사건의 성격과 관련해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나 김대통령이 『기업측의 외부차입에 의한 무리한 사업추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규정(2월1일 긴급경제장관회의)했다가 『부정부패의 표본』이라고 번복(수석비서관회의)하면서 성격논쟁은 일단락됐다.
정치권 사정조짐에 따라 야권의 우려가 점증했다.『여권이 수서사건 때와 똑같이 야당도 끌고들어가는 물귀신작전을 재현하는데 이는 「우리만 죽을 수 없다. 너도 같이 죽자」는 막가파식 작태』(김대중총재·2일) 『6조원의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누가 개입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떡값 몇푼 받았는지로 수사초점이 옮아가고 있다』(김종필총재·3일)는 발언이 이를 보여준다.
김대중총재는 또 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은 신한국당을 떠나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1년 남은 임기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연루
5일 김대통령과 김대중총재의 집사장격인 홍인길 권노갑의원의 거액수수혐의가 불거져 나오자 정치권은 극도로 긴장했다.
당사자중 권의원은 『정총회장이 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아무 조건 없이 준 것이다. 순수한 정치자금 또는 떡값으로 생각한다』고 1억5천여만원 수수사실을 시인했으나 홍의원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나를 두고 실세라고 하지만 나는 바람이 불면 날리는 깃털에 불과하다』며 부인하자 야권은 『깃털이 7억원을 받았다면 정작 봉황은 얼마를 받았을 것인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국민회의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우리 당은 여권대선주자중 일부가 수십억원을 한보로부터 받았다는 자체정보를 갖고 있으며 부산 경남(PK) 검찰이 이 부분에 걸려 멈칫거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 또 김대통령이 92년 대선당시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을 한보로부터 받았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초강수를 던지고 나왔다. 이에 신한국당 李洪九(이홍구)대표위원은 『국민은 대형스타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6일 기자간담회)며 곤혹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