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반납 한보사태/금융권수사 결산]

  • 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서정보 기자]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과 관련, 검찰이 지난 6일 소환한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총재 등 3명의 전현직 은행장을 7일 오후 돌려보냄에 따라 금융계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출국금지된 8명의 은행장 가운데 한보철강 대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朴基鎭(박기진)전제일은행장을 제외한 7명과 孫秀一(손수일)산업은행 부총재보 朴錫台(박석태)제일은행 상무 등 은행 임직원들을 대거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중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 등 현직 은행장 2명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은행장들을 상대로 대출관련 외압의 실체를 일부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금융계에 대한 수사는 정치권의 대출외압에 대한 보강수사 차원에 그치고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계 인사가 구속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검찰은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애초부터 대출커미션으로 사법처리할 은행장과 대출외압 부분을 추궁할 은행장을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총회장으로부터 신행장과 우행장의 뇌물수수에 대한 진술을 받아내자마자 4일 이들을 소환, 각각 대출커미션 4억원씩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정총회장이 명확히 입을 열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은행장의 입을 통하지 않고는 정치권 외압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판단, 신행장과 우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장들에게는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제조건으로 외압의 실체를 밝히도록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보에 대한 초기대출을 주도했던 李炯九(이형구)전산업은행총재로부터 지난 94년 상공부의 외화대출 추천을 받아 시중은행과 함께 12억달러를 한보측에 지원해 줄 당시 『여러 인사들이 한보를 도와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며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으로부터도 비슷한 진술을 받아내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검찰은 이어 6일 김산은총재, 張明善(장명선)외환은행장, 李鍾衍(이종연)전조흥은행장을 불러 대출 외압여부를 집중추궁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도 일부 정치인 2,3명이 한보대출에 압력을 행사한 것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출과정에서의 외압부분에 대해 일부 사실을 확인한 것을 비롯해 일부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에 대한 이번 수사가 은행장 대거구속 등으로 인한 은행의 대외신용도 추락 등 경제에 미칠 여파를 고려한 「절충식 결론」이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명의 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장들이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해주면서 금융계의 상식으로 통하는 커미션을 과연 받지않았다는 수사결과를 국민들이 과연 납득할 것인지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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