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반발, 신정연휴가 진정-확산 고비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노동법개정안 기습처리에 항의하는 총파업이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건국 이후 처음인 전국 총파업이 이처럼 순식간에 불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는 이번 법개정의 핵심 내용인 정리해고 변형근로제 도입에 따른 일반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 분석하고 있다. 명예퇴직 바람 등으로 가뜩이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보호조항이 대폭 완화된데 대해 직장인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 여당이 노동법 개정안을 기습처리한데 대한 불만도 파업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 지도부가 이미 지난 10월부터 총파업을 염두에 두고 지도부와 일선 노조간의 지휘체계를 정비했던 것도 전국 동시 파업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 강성 노조의 집합체인 민주노총은 당연히 법개정안에 반영될 것으로 알았던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이 3년간 유예됨에 따라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며 즉시 강경투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노동계의 총파업 강도는 지하철 버스 택시 등 시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사업장의 파업동참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중공업 자동차 등 기간산업 노조 위주로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예고된대로 28일 오전부터 지하철 등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법안 기습처리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 등을 의식, 경찰력 투입을 자제하고 있으나 지하철 운행중단 등으로 시민들이 파업에 대해 불만을 터뜨릴 경우 즉각 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익사업장 파업이 계속되고 동조파업이 확산될 경우 공권력 투입으로 이를 막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의 파업양상은 사업장 점거가 아니라 시위 위주이므로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노조 지도부 검거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陳稔(진념)노동부장관은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한국노총 민주노총 구분없이, 또 중앙단위와 일선 노조단위를 가리지 않고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그러나 지하철 버스노조 등이 파업을 유보할 경우 공권력 투입 등 극단적인 대치국면을 피할 수 있으며 총파업 사태도 곧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파업 이틀째인 27일 파업을 철회한 노조는 없지만 참가자수는 줄어든 곳이 많다』며 『법안 무효화 등 노조의 요구가 해당 기업주가 들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방관자세로 돌아서는 조합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총파업사태는 결국 신정연휴가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란 게 노동부의 전망이다. 〈李基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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