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최영호씨 『유사시 김일성동상 피신업무 맡았다』

  • 입력 1996년 12월 17일 14시 29분


金慶鎬씨 일가의 탈북을 도와주며 함께 귀순한 崔영호씨(30)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신분을 `함경북도 회령시 사회안전부 반항공과 갱도경비노동자'라고 밝혔다. `反航空'이란 `防空'을 뜻하므로 崔씨가 맡은 일은 공습에 대비해 구축해 놓은 대피호의 경비원 정도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당국 조사에서 崔씨가 진술한 자신의 임무는 `경비원'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崔씨는 자신의 업무 가운데 하나는 戰時 적기 공습 등 비상시에 會寧市에 세워져 있는 金正淑 동상, 金日成 석고 흉상 등을 미리 파놓은 갱도 안에 `피신'시키는 일이었다고 진술했다. 명목상으로는 공습 대피호 경비원이지만 金日成일가 우상화물을 안전하게 피신시키는 `특별한 일'이 주임무로 주어졌던 셈이다. 함경북도 회령시는 金正日의 생모 金正淑의 출생지이다. 북한이 `어머니의 고향'으로 떠받드는 이 지역에는 金日成 일가 우상화물이 산재돼 있어 비상시 이들 동상이나 석고상 보호를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한 당국자는 "회령시의 경우로 볼 때 平壤등 다른 지역 사정도 미뤄 짐작된다"면서 "북한 당국의 金日成 일가 우상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거듭 보여 준 사례"라고 말했다. 崔씨는 황해북도 사리원시 철산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국경경비대에서 9년간 복무, 중사로 제대한 뒤 지난 4월부터 탈북전까지 함북 회령시 사회안전부에서 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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