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 점포따라 값 천차만별…고객우롱 「유통 복마전」

  • 입력 1996년 11월 14일 20시 30분


대한안경사협회의 불법로비사건이 불거지면서 시중 안경점들의 「안경테 폭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안경테만큼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유통과정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상품은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14일 본사 취재진의 시장조사 결과 남대문시장에서 9만원에 산 서전 티타늄 안경테가 부근 롯데백화점에서는 13만원, 5만원짜리는 8만원에 각각 팔리고 있었다. 남대문시장의 한 안경점 직원은 『수입품의 경우 여기서 3만원에 파는 것을 시내 안경점에서는 7배나 비싼 20만원에 판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 4월 서울 시내 28개 안경점에서 팔리고 있는 국산 9개 제품과 외국산 5개 제품 등 14개 제품의 안경테 가격을 지역별로 비교 조사한 결과도 이와 일치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동일상표의 판매가격이 △남대문시장에서는 최저 7천원에서 최고 2만원 (약 3배) △시내 중심가에서는 최저 8천원에서 최고 3만6천원(4.5배) △기타지역에서는 최저 1만원에서 최고 2만5천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 안경제품이 생산업자→판매회사→지역 대리점→도소매점을 거치면서 단계마다 40∼50%의 마진이 붙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장원가가 3천∼4천원 하는 안경테가 복잡한 유통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팔릴 때는 10배이상의 가격으로 팔리는 등 가격이 「춤을 추게」 된다는 것. K안경테 제조업체 사장(38)은 『지난해부터 안경가격이 떨어져 준금장테는 공장도가가 작년 7천원에서 올해 3천5백∼4천원으로 떨어져 5,6천원에 소매상에 넘어가지만 안경점에서는 원가의 10배정도인 4만,5만원에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안경테 공장의 약 90%가 몰려 있는 대구지역 공장들은 불황으로 요즘 5백∼1천원에 안경테를 덤핑판매하고 있으나 안경점에서는 이들 제품을 수만원씩에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안경점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된 제품을 외제품이라고 속여 수십만원에 파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자 정부는 지난 91년 상공자원부 고시에 의해 안경테를 「가격표시제」 품목으로 지정했으나 안경사들의 반대로 시행이 유보됐다. 이후로도 정부는 가격표시제를 여러 차례 도입하려 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다가 다시 내년으로 연기했으며 이 또한 시행여부가 확실치 않은 형편이다. 안경점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자 기존 안경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의 70∼80%까지 싼 값에 판매하는 대형 직매장이 최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대형매장은 생산업자와 판매회사 단계만 거침으로써 원가의 2배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안경사협회의 「안경테로비」는 안경테대형매장 등장으로 안경사들이 취해 온 안경테폭리구조가 위협받게 된데서 비롯된 것이다.〈李明宰·金靜洙·韓正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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