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7년 앞당긴다’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토지매입률 38% 그쳐

  • 동아일보

예정보다 착공 최소 6개월 지연… 정부, 늦어도 연내 보상 마무리 방침
LH “조만간 사업 조기화案 발표”
고압 송전망 들어설 지역 반대 심해… LNG발전소 확충 등 전력 대책 시급

이재명 정부가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속도전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2023년부터 추진된 경기 용인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토지 매입률이 38%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 확보가 지연되면서 토목공사 착공이 당초 예정보다 최소 6개월 이상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용인 국가산단 완공 시점도 7년 앞당기는 등 용인과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동시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핵심 인프라인 전력 공급 문제부터 갖춰져야 조기 완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토지 매입 늦어지며 착공 지연

국가산단으로 지정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남사읍 토지 727만4000㎡(220만385평)에 대한 보상 절차는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8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이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토지 보상 협의가 완료된 땅은 37.7%인 274만1000㎡로 집계됐다.

반면 국가산단 부지의 37.5%(272만8000㎡)는 땅 주인이 보상액에 이의를 제기해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한 상태다. 협의에 진척이 없는 14.0%(102만 ㎡)는 LH가 7, 8월 중 시행자 재결을 신청해 강제수용 절차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LH는 이런 방식을 동원하면 연말까지 토지 매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용인시는 LH 계획대로 매입이 끝나더라도 당초 계획보다 최소 6개월 이상 착공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산단은 당초 지난달 중 토목공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었던 만큼 토지 매입 완료 직후 착공하더라도 6개월은 늦어진다는 것.

야권에선 ‘호남 이전론’이 착공 지연의 원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이상일 용인시장은 “용인 국가산단 일부를 호남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계속 제기되면서 국가산단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면서 “LH는 올해 1월 토목공사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었지만 취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은혜 의원은 “백년지계로 추진되어야 할 전략산업이 정치 논리에 휘청거려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늦어도 연내에 보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이 마무리된 부지부터 선착순으로 공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의 가동 일정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H 측도 빠른 시일 내에 토목공사 입찰공고를 내는 등 각종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 속도를 내겠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 조기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용인 클러스터 7년 단축 계획… “전력 문제부터 해결해야”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남사읍 일원 777만3656㎡(약 235만 평) 부지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생산설비(Fab) 6기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23년 3월 국가산단 계획이 발표된 이후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용인시 제공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남사읍 일원 777만3656㎡(약 235만 평) 부지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생산설비(Fab) 6기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23년 3월 국가산단 계획이 발표된 이후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용인시 제공
정부는 지난달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47년 완공 예정이었던 용인 국가산단의 완공 시기를 7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 팹(Fab·제조공장)의 핵심인 전력 공급 인프라 구축 계획이 현재 필요량의 60%만 확정돼 있는 만큼 전력 공급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에는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설 국가산단 외에도 SK하이닉스 공장이 들어설 일반산업단지도 조성 중인 만큼 총 15GW(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통령 주재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반도체 업계는 이 중 60%인 9GW 공급 방안만 확정된 상황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용인 국가산단은 지역 내 발전만으로는 전력을 다 충당할 수 없어 다른 지역의 남는 전기를 끌어와야 한다. 하지만 고압 송전망이 들어설 지역의 반대가 심하고, 전기를 줘야 하는 지역들도 “수도권에 필요한 전기를 왜 지방에서 끌어다 쓰느냐”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내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더 확충하는 등 근본적인 전력 공급 대책을 세우고, 토지 보상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산업단지 내에 LNG 열병합 발전소를 짓는 게 선진국의 추세지만 화석연료라는 이유로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부처 간 입장이 다른 만큼 청와대가 조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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