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면 늘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2005년 개봉한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다. 2018년 소지섭, 손예진 주연으로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됐다. 이 작품이 장마철이면 기억나는 이유는 비와 함께 찾아온 기적을 다루고 있어서다. 영화는 남편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에게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미오가 장마가 시작되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생전 기억을 잃은 미오와 다시 처음부터 사랑을 시작하는 타쿠미, 그리고 돌아온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유우지. 하지만 비의 계절이 끝나고 결국 미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후 타쿠미는 그녀가 남긴 다이어리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죽었다 다시 돌아온 줄 알았던 미오는 사실 스무 살에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뒤, 9년 후의 미래로 타임슬립했다가 깨어난 것이었다. 다시 타쿠미를 만나러 가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오는 사랑을 선택한다. 전화를 걸고 그를 만나러 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타쿠미를 만나러 가며 다이어리에 쓴 미오의 글에서 방점이 찍힌 것은 ‘지금’이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또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미오에게는 지금이 중요하다. 그건 타쿠미도 마찬가지다. 비의 계절이 끝나면 엄마가 떠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아들에게 타쿠미는 말했다. “행복하게 지내야겠구나. 함께 있는 시간이라도.”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됐다.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갑작스러운 호우가 또 어떤 일을 불러올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비가 오면 우리의 마음은 더더욱 따뜻한 집으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 함께 있는 지금, 더 행복하게 지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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